'메투셀라(Methuselah)종'은 지구의 영구동토층에 존재하는 위협적인 미생물들이다. '좀비 바이러스'로도 알려져 있다.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 영구동토층은 지중온도가 1년 내내 물의 어는점 이하로 유지되는 토양층이다. 메투셀라종은 수만 년 동안 이 영구동토층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메투셀라는 가장 오래 살았던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인 '므두셀라'의 영어식 표기다. 므두셀라는 원죄로 영생의 기회를 잃은 아담의 8세손으로, 에녹의 아들이자 노아의 할아버지다. 969세까지 살았다고 창세기에 기록돼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았기 때문에 서양 문화권에서 므두셀라는 장수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의 명칭, 각종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장수·영생하는 인간이나 괴수 등 다양한 존재의 이름으로 므두셀라가 사용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 땅속에 갇혀 있던 고대 좀비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해 세계는 이제껏 직면하지 못한 보건상 대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악스-마르세유대 장 미셸 클라베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동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얼어버린 바이러스 7종을 찾아내 번식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사전출판 논문집인 '바이오 아카이브'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약 4만8500년 동안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 언 상태로 번식력이 살아 있던 일명 '좀비 바이러스'가 깨어났다. 이는 영구 동토층의 얼음이 녹을 경우 지구상의 식물과 동물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클라베리 박사는 당시 "고대의 거대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동결됐음에도 여전히 감염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다른 고대 바이러스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인은 이런 선사시대 바이러스의 침입을 방어할 자연 면역력이 없다는 데 있다. 클라베리 박사는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극 얼음이 녹자 시베리아 운송 등 산업발전이 가능해져 대규모 채굴 계획 등에 따라 깊은 영구동토층에 구멍을 뚫을 예정"이라면서 "이런 작업은 그곳에 있는 엄청난 양의 병원균을 방출하게 될 것이고, 그 바이러스를 흡입한 광부들로 인해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의료센터의 바이러스학자인 마리온 쿠프만스 박사도 "영구 동토층에 어떤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고대 형태의 소아마비와 같은 질병을 촉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다는 실질적 위험이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클라베리 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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