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촉진
영업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 허용
노조 반발 및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난항
정부가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노조의 반발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실제 시행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22일 생활 규제 개혁을 주제로 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의무휴업일의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해 일요일 휴무에서 평일 휴무로 전환을 촉진하고, 영업 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마트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각 자치단체장은 0시∼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핵심이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길 열리나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e커머스 업계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싹튼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받았지만, e커머스 업체는 이 같은 규정이 없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가 풀리면 각 대형마트에서 인근 지역으로 새벽 배송이 가능해지는 만큼 현재 쿠팡 등 e커머스 업계가 장악한 온라인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e커머스 업체가 전혀 받지 않는 규제를 대형마트가 필요 이상으로 받으면서 정상적인 경쟁이 불가능했다"며 "규제가 풀리면 기본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구도가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영업 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가 받는 여러 규제를 완화해 줄 의지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계에선 이런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소비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문제"라며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한다니 기대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지역 상권과 공생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각 대형마트가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내수경제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다. 실제로 국내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7월 103.2까지 상승한 이후 8월부터 4개월 연속 평균값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소비 촉진을 유발, 내수경제 회복의 물꼬를 틀 것이란 낙관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동안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이 골목 상권 발전 효과는 없고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선 대구시, 청주시에 이어 서울 서초구, 동대문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대형마트 주중 휴일 전환, 소상공인 매출 25%↑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대한 효과는 이미 증명이 됐다. 주변 소상공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일정 부분 해소된 상태다. 조천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팀이 지난해 한국유통학회 하계융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대구시 의무휴업일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주중 의무휴업일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대구 시내 소매업과 음식점 매출은 25.9% 증가했다. 대형마트가 주말에 정상영업을 하자 유동 인구가 늘어 소매업체와 음식점도 덩달아 매출 신장 효과를 누린 것이다.
다만 정부가 힘을 실어준다고 해도, 당장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률적으로 평일로 전환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정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려는 지자체장의 의지와 더불어 조례 개정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의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근로자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허용은 더욱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형마트가 영업 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하기 위해선 유통산업발전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개정안은 국회에서 3년 넘도록 계류 중으로, 여·야 간 견해차 또한 상당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갈 길이 멀고 복잡하다"면서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당장 개정이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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