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장기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달 자사 신용평가 대상업체 중 20곳이 디폴트에 빠지면서 직전 달 4곳보다 5배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디폴트 기업은 159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2개월간 디폴트에 빠진 기업들의 비율은 지난달 기준 4.8%로,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있던 2021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디폴트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유럽 기업은 8곳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및 대러시아 제재 관련 디폴트를 제외하면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15년 전 이후 가장 많았다. 신용등급이 낮고 부채가 많은 기업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기준 디폴트 기업이 가장 많았던 업종은 비즈니스 서비스와 헬스케어였다. 각각 15곳, 13곳이었다. 헬스케어 업종에서는 과거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업체가 많아 금리 영향이 크며, 임금과 이자 비용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다. 올해 하이테크 산업 부문에서도 디폴트가 속출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리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세라는 점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장 예상보다 늦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작지 않다.
무디스는 기본적으로 디폴트 기업 비율이 올해 1분기에 4.9%로 고점을 찍고 연말에는 3.7%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느린 추세다. 다만 무디스는 경제에 심각하게 비관적 상황이 펼쳐질 경우 디폴트 기업 비율이 11.5%까지 이를 수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도 지난해 세계적으로 디폴트 기업이 전년(85개)보다 80% 늘어난 153곳이었으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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