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재계 총수 불러내기 제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이 정치권에서 무분별하게 재계 총수를 불러내거나 동행하는 것을 제한하는 이른바 '경제인 차출방지법'(가칭)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이르면 이번 주 5번째 정강정책으로 경제인의 정치권 행사 등 차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책 공약을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정책은 정치권 주요 행사에 재계 총수 등이 동행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해 무분별하게 동원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예컨대 대통령의 해외순방 시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해 총수들이 경제사절단 역할로 참석하거나 경제계 간담회 등 꼭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고, 단순 민심 잡기용 등 목적이 불분명한 행사에 차출식으로 동행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앞서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5대 대기업 총수 등 재벌 2~3세들과 부산 국제시장 분식집을 찾아 일명 '떡볶이 먹방'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염두에 둔 정책으로 풀이된다. 당시 행사에는 국무위원과 여당 대표 및 의원들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총동원됐다. 대통령실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상인을 격려하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지만, 정치권 및 경제계 일각에선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후 낙담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 행사에 재계 총수들이 병풍 역할로 차출된 게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정치권의 잦은 재계 총수들과의 동행은 자칫 경영 공백 및 정경유착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기업들이 조직 개편 및 경영 전략을 추진하는 데 최종 결정권자의 부재로 의사 결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에만 총수들과 10번의 동반 행사를 가졌다. 이 중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8번이나 참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잦은 총수 동행과 관련 "속칭 회장이 꼭 가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은 기업의 다른 사람이 간다고 해도 큰 문제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개혁신당은 관련 내용의 입법도 추진할 계획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경제인들을 무분별하게 차출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의 정강정책을 포함해 총 10가지의 주요 정책을 순차적으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