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사에 무리한 생산 기간 단축 요구
외주사, 품질관리 대신 결함 축소 보고
최근 보잉 여객기에서 잇따른 사고가 난 이유로 오랜 기간 비용 절감을 위해 품질 관리를 무시한 아웃소싱 관행이 지목됐다.
부가가치 극대화하기 위해 아웃소싱…2018·2019년 추락사고에도 아웃소싱 구조 그대로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잉의 기체 생산 외주사인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피릿)의 운영 실태와 안전을 도외시한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비행 중 기체 벽면이 뜯어져 큰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한 보잉 737 맥스 9의 기체를 제작한 캔자스주 위치토의 스피릿 공장은 2005년까지는 보잉이 직접 운영했다. 그러나 당시 보잉은 최종 조립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세웠고, 그 때문에 공장을 매각했다.
이후 스피릿은 보잉에 기체를 제공하는 유일한 공급업체가 됐지만, 생산 문제와 품질 저하를 겪고 있다. 생산 속도를 높이라는 보잉의 무리한 요구로 스피릿의 전·현직 직원들은 비현실적인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허덕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루 2대의 기체를 생산할 경우, 한 달간 볼트와 리벳 등으로 채워야 하는 구멍이 1000만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코넬 비어드 국제기계항공노조 스피릿 위치토 공장 지부장은 "스피릿이 직원들에게 작업을 너무나도 재촉하는 탓에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행기가 전 세계에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보잉이 2018·2019년 추락사고 이후에도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8년 사고 직후 미 의회 청문회에서는 사고기를 조립한 공장 생산 관리자 에드 피어슨이 작성한 메모가 공개됐다. 메모에는 "내 생애 처음으로 보잉 비행기에 내 가족을 태우기 주저된다고 말하게 돼 유감"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잉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부품 제작 공정에서 아웃소싱 비중을 배 이상 늘렸다.
"보잉, 결함 감소 요구했으나…결함 축소 아닌 결함 보고 축소돼"
또 보잉은 품질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아웃소싱 구조는 그대로 둔 채로 있었다. 이어 스피릿의 전직 품질 검사관 조슈아 딘은 기체에 잘못 뚫린 구멍을 지적한 뒤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딘은 "보잉이 2018년과 2019년 사고 이후 공급사들에 대해 결함 감소를 요구했다"면서 "이는 품질 제고가 아닌 결함 축소 보고로 이어졌다"라고 증언했다.
스피릿 직원들은 품질 관련 우려 사항이 윗선 관리자에 전달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품질 검사관들은 문제를 많이 지적할 경우 보복을 두려워한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지난해 가을에는 스피릿 노조가 다수의 결함을 발견한 검사관들이 계약직 근로자로 대체된 것에 대해 회사에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브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787 드림라이너 기종의 결함이 발견됐을 때도 스피릿 인수를 통한 외주화 문제 해소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마이크 휘태러 미연방항공국(FAA) 국장은 한 인터뷰에서 "초기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이 설계가 아닌 제조 과정의 결함이라는 점이 확실해 보인다"며 "지난 몇 년간 무슨 일이 있었든지,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앞서 지난 5일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1282편 보잉 737 맥스 9 기종의 여객기에서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 기체에서 뜯겨 나간 부품인 '도어 플러그'는 외주사인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이 제작했다.
또 13일(한국시간) 일본 홋카이도에서 출발해 도야마현으로 운항 중이던 전일본공수(ANA) 1182편 보잉 737 항공기 조종석 창문에서 균열이 발견돼 오전 11시20분께 신치토세 공항으로 회항하기도 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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