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에 취약한 빨대 문제점 처음 드러나
국내 유명 식음료 업체들 동일 제품 사용
유명 커피 전문점의 얼음 음료 속 플라스틱 빨대 일부가 외부의 충격을 받은 후 가루처럼 부서져 고객이 삼키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업체 측은 빨대가 낮은 온도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계속 해당 빨대를 매장에 비치해 고객이 사용토록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연합뉴스는 최근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산 한 고객의 플라스틱 빨대가 가루처럼 산산이 부서져 흡음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달 18일 일어났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집 근처의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 들러 아이스 바닐라라테 1잔을 구입해 아기를 태운 유모차의 컵 받침대에 싣고 나왔다.
이후 A씨가 검진을 위해 인근 병원을 방문한 후 실수로 유모차의 커피를 떨어뜨렸다. 이후 커피를 주워 한 모금 마셨더니 목구멍으로 굵은 고춧가루들이 잔뜩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놀란 A씨가 커피를 살펴보니 빨간 물체들이 둥둥 떠 있어 빨대를 꺼내 보니 아랫부분이 부서져 있었다. 빨대가 충격으로 부서져 가루가 된 것이었다.
이후 A씨는 온종일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서 저녁도 먹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다음날 해당 전문점 본사에 연락했으나 고객상담을 받지 못했고, 소비자원을 통해 항의했다. 뒤늦게 연락해 온 본사 담당자는 A씨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ㅎㅎ" 글자를 사용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에 A씨는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빨대 저온에 충격받으면 잘게 부서져
무엇보다 A씨는 다른 사람들도 유사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언론에 알리게 됐다. 그는 "유모차의 컵 받침대에서 떨어졌는데 커피 속 빨대의 5분의 1가량이 가루처럼 부서져 나갔고, 그 가루를 음료와 함께 마셨다. 매운 짬뽕을 먹을 때 굵은 고춧가루 같은 느낌이었다. 빨대가 저온에서 충격으로 부러지는 정도를 넘어 고춧가루처럼 잘게 부서졌다"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A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항의받은 업체 측과 빨대 업체가 실험해보니 빨대가 부서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플라스틱 성분의 빨대는 여름에는 늘어나고 겨울에는 수축하는데, 이번처럼 얼음 음료 컵 속에서 충격을 받으면 유사한 피해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빨대가 국내 주요 식음료 업체들에 납품되는 국내 최대 업체가 생산한 제품으로 A씨 사고가 확인된 후에도 계속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빨대 업체에서 금전적으로 보상해줄 테니 마음을 풀라고 했지만 받지 않았다. 커피를 즐기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제보했다. 겨울에도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 빨대가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된다면 위험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커피 매장, '위험' 안내문 게시한 채 계속 판매
A씨의 항의에도 카페 측과 빨대 업체는 문제의 빨대를 계속 판매하겠다는 입장이다. 빨대 업체인 B사의 관계자는 "실험 결과 빨대가 저온에서 충격에 부서졌으며 이런 고객 불만이 접수된 것은 처음"이라며, "빨대를 제조할 때 강도나 내열성 기준이 없다. 음료를 마시는 최적화된 기준으로 만든다. A씨의 음료 컵이 바닥에 떨어져 정상적인 사용 범위를 벗어났다. 고객의 실수가 있었다. 그래도 도의적으로 보상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계자 측은 앞으로 유사 피해 사례가 나올 수 있고 고객의 안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빨대가 규정을 어겨 제조한 것이 아니어서 당장 판매를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빨대 품질을 개선하려면 원료는 물론 제조설비도 바꿔야 하므로 장기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고객에게 담당자가 초기에 전화로 죄송하다고 말했으나 사과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고객 응대를 개선하고 플라스틱 빨대도 교체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