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비서관을 지명한 가운데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올 연말 물가 상승률이 3%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물가·고금리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최 전 경제수석을 지명하는 등 개각을 단행했다. 최 후보자는 "대외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기재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게 돼 임중도원(任重道遠. 맡겨진 일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의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회 청문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최 후보자가 거시금융 등 경제 전반에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경제정책 최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물가, 고용 등 당면한 경제 민생을 챙기고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 후보자를 중심으로 2기 경제팀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한 보다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2%에서 지난 7월 2.3%까지 둔화했다가 10월 기준 3.8%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하는 등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그동안 물가를 끌어올렸던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 등이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상승 폭이 점차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지만, 전반적인 공산품 가격 등이 오르면서 내년까지 체감 물가는 상당히 지속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주요 과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4%로 전망하는 등 내수 소비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경제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산업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감소하는 등 내수 활력 보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재정준칙 법제화 숙제
다만 성장과 내수·수출 회복을 꾀하면서도 건전재정을 어떻게 유지해나갈지가 관건이다. 윤 정부는 줄곧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 후보자도 경제수석으로서 윤 정부 1기 경제팀에 몸담았던 만큼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대대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정준칙 법제화와 준수 여부도 과제 중 하나다. 기재부에서 추진 중인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해당 지표는 3.9%가 될 전망이다. 예기치 못한 세수 부족과 어려운 나라 상황 때문이라지만, 정부가 스스로 제안한 기준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컸다. 재정준칙 법제화 시도는 현재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표류 중이다.
세수오차로 구긴 체면도 바로 세워야 한다. 기재부는 2021년 17.8%, 지난해 13.3%의 세수오차율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오차율이 평균 4%대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재정당국의 전망이 완전히 어긋난 셈이다. 올해도 예상보다 법인세가 적게 걷히는 등 사실상 두 자릿수의 세수오차율이 확실시되고 있다. 만약 내년까지 수십조원대의 세수오차를 이어간다면 정부의 세수추계 기능이 고장 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을 덜기 위한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하고, 경기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과 노동시장 등 구조개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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