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생산공장을 찾아 중국 공급망 분리를 재차 강조했다. 내년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핵심 성과로 내세우는 가운데 IRA의 수혜를 받은 기업들의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인근의 리튬공장을 찾아 수산화리튬을 처리하는 시설을 둘러봤다. 이 공장은 지난해 시행된 IRA에 따른 세금 공제 해택으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한 뒤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렸다.
옐런 장관은 공장 창고 안에서 연설을 통해 주요 산업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는 공급망 회복력에 달려있다"며 "너무 오랫동안 핵심 원료의 공급과 이를 가공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이 우리 국경 밖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이어 "청정에너지 같은 분야에서 중요한 공급망이 중국에 편중됐는데 이는 일정 부분 수십년간 지속된 (중국의) 불공정과 비(非)시장적인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은 중국이 채굴부터 제련·가공 전 분야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는 원자재로, 리튬 산업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67%에 달한다. 그는 미국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공급망에 차질을 주는 위험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이런 위험에는 자연 재난, 거시경제 요인, 경제적 강압 같은 고의적 행동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거나 주요 원료 수출을 중단하는 등 형태의 경제적 강압을 가한다고 비판해왔다.
옐런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IRA의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보조금 등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을 통해 에너지와 경제 안보를 장기적으로 보장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6140억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가 이뤄졌다고 설명하며,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1420억달러, 청정에너지 생산시설 분야에서 710억달러 규모의 수혜를 입었다고 부연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 경기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연설을 마치고 현장 취재진에게 최근 상승하던 실업률이 안정화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조짐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과거에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쳤다가 경기침체를 일으킨 경우가 있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급격한 긴축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과거에는) 인플레이션과 뿌리 깊은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급격한 긴축이) 필요했을 수 있지만 지금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미 경제는 올 3분기 연 5.2%의 예상 밖 성장률을 보였지만,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유력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면서 불안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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