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추위 3차 회의서 결정…내달 5일 선임 예정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ADB·WB 이코노미스트 역임
차기 생명보험협회장에 김철주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례적으로 길어진 회추위 일정 속에 갑작스레 다크호스로 등장한 김 위원장이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올라섰다. 민간과 정치계 출신을 제치고 정통 관료 출신에 대한 선호가 우선된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4일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제36대 협회장으로 김철주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단독 후보로 총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생보협회는 다음 달 5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1963년생인 김 위원장은 대구 청구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부총리 물망에 오른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서울대 동문이면서 행시 동기이기도 하다. 재무부 시절 경제협력국, 국제금융국, 경제정책국 등을 거쳤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코노미스트, 세계은행(WB)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되던 시절에는 해외 근무를 자청해 떠난 걸로 전해졌다. 그렇게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부소장을 지내다 2021년 5월부터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당초 업계에서는 성대규 신한라이프 전 사장이 차기 협회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봤다. 성 전 사장은 행시 3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거쳤고 신한생명 대표로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을 주도한 뒤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를 맡았다. 제도를 설계한 당국자의 경험과 업계의 현장도 두루 겪은 만큼 정부와 소통할 적임자로 꼽혔었다.
하지만 회추위 2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례적으로 3차 회의까지 열리면서 최종 후보자 선정이 길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정해지면서 성 전 사장이 선정될 가능성이 줄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금융 협회장 자리에 신한 출신이 두 명인 것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출신 윤진식 전 국회의원, 민간 출신의 성 전 사장을 제치고 관(官) 출신인 김 위원장이 내정된 만큼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의 더욱 긴밀한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마침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은행에 이어 보험업계로 향한 만큼 관 출신이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남아있다. 보험 관련 경력이 부족한 만큼 업계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고 이후에도 단기 성과에 치우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갑자기 후보로 떠오른 만큼 업계 특성과 현안 파악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장의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레드오션이 된 생명보험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힘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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