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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이 멱살잡고 춤추는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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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대지진에 살아남은 서울의 아파트 한동
지옥 같은 세상…타인이 공포가 되다

평온한 도시, 일상 곳곳에서 사람들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평화는 순식간에 깨진다. 전례 없는 대지진에 서울은 폐허가 된다. 땅이 갈라지고 불기둥이 솟구치고 여기저기서 펑펑 굉음이 들린다. 세상은 무너졌다. 빛을 잃은 도시, 뿌연 먼지만 자욱하다. 잿더미 사이로 우뚝 솟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황궁아파트 103동만 그대로다.


[리뷰]'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이 멱살잡고 춤추는 130분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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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불 속으로 뛰어든 영탁(이병헌 분)은 주민 대표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대표를 맡은 영탁은 감투가 낯설지만, 입주민들의 기대와 격려 속에서 아파트를, 내 집을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책임감이 차오른다. 권력 앞에서 인간적이던 그의 눈빛은 점점 탁해진다.


아파트 주민들은 영탁을 필두로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된다. 외부 생존자들은 안락한 황궁아파트로 몰려오고 주민들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외부인이 못 들어오게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며 막아선다.


새로운 사회가 형성된다. 아파트 주민들은 내부 규칙을 만들어서 또 다른 사회를 이룬다. 무리를 조직해 외부에서 식량을 구해오고, 기여도에 따라 식량을 배급한다. 예외는 없다. 줄을 서서 물과 식량을 받고, 더 받기 위해 애쓴다.


바깥세상은 지옥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외부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막고, 급기야 몰래 유입된 입주민을 색출하기에 이른다. 그게 아파트의 평화를 지키고 가족의 안위를 돌보는 일이라고 믿어서다. 이를 바라보던 일부 입주민은 같은 생존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상황에 인간적인 죄책감과 연민을 느낀다.


[리뷰]'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이 멱살잡고 춤추는 130분

이달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2014년 연재된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영화로 각색했다. '잉투기'(2013) '가려진 시간'(2016)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병헌은 극 중 아파트 주민 대표 영탁을 연기한다. 인간적이면서도 카리스마 넘치고, 천연덕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면모를 지닌 영탁을 자신만의 색채로 완성한다.


영탁은 아무런 목적 없이 본능적으로 행한 일로 인해 대표 완장을 차게 되고, 추앙을 받게 되면서 서서히 권력과 욕망이 고개 드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변해가는 영탁의 감정선을 놀라운 연기로 표현한다. 영탁이 아파트를 올려다보는 장면만으로 달라진 감정과 욕망을 표현한 엄태화 감독의 연출력도 탁월하다.


극 중 이병헌이 윤수일의 '아파트'(1998)를 부르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얼굴을 꽉 채운 클로즈업 샷에서 점점 멀어지는 장면에서는 감탄이 터진다.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이 찰진 호흡으로 강렬한 장면을 탄생시켰다. 이 한 장면으로 영탁의 모든 서사에 개연성이 생긴다. 이병헌은 엄청난 페이소스로 배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병헌은 블랙코미디 장르에서 연기 칼춤을 추듯 자유롭고 영리하다.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유영하다가도 멈춰야 할 때는 정확히 안다. 일순간 날카롭게 변하는 눈빛은 의뭉스러운 영탁에 텐션을 부여한다. 그는 얼굴이 미세한 주름, 눈 밑 떨림, 입가의 부자연스러운 근육으로도 감정을 표현한다.


[리뷰]'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이 멱살잡고 춤추는 130분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재난물로서 장르적 매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비롯한 다수 스핀오프 등 웰메이드 해외 콘텐츠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얼마나 통할지 의문이다. 재난 상황에서 서로가 재난이 되고, 속고 속이면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기존 재난물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보다 한국적인 재난 상황과 디스토피아를 통해 차별점을 두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보영은 다소 아쉽다. 배역이 아닌 배우가 불쑥 고개를 든다. 이미지의 한계도 있겠으나, 배우가 가진 고유의 색채가 배역과 충돌하면서 다소 튄다.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되는 장면도 있다.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


이러한 흠결을 꽉 채우는 건 이병헌이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생기 있게 틀어쥐는 건 이병헌이다. 그는 생명력 강한 연기로 관객을 빈틈없이 틀어쥐고 달린다. 김선영, 김도윤도 호연으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 넣으며 제 몫을 다한다. 특히 김선영과 이병헌이 만나는 장면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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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최근 한 강연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출연을 거절한 것을 후회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엄태화 감독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했다. 영화를 본 후 그의 발언은 다르게 다가온다. 이 배우의 선택이 얼마나 멋진 일이었는지 영화를 보면 비로소 알게 된다. 할리우드 열 배우 부럽지 않다. 러닝타임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 8월9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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