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월요일인 22일(현지시간) 부채한도 상향 논의를 주시하면서 보합권에서 혼조 마감했다. 이르면 6월1일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오후 5시반부터 다시 회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오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40.05포인트(0.42%) 떨어진 3만3286.5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0.65포인트(0.02%) 오른 4192.6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2.88포인트(0.50%) 상승한 1만2720.78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통신, 부동산, 기술, 금융 관련주는 올랐고, 필수소비재, 임의소비재, 에너지, 소재 관련주를 하락했다.마이크론은 앞서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제재에 나서면서 전장 대비 3%가까이 하락했다. 메타플랫폼은 유럽연합(EU) 당국으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2억유로의 벌금 폭탄을 받았다는 소식에도 1%이상 상승했다. 애플은 루프 캐피털이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한 여파로 0.55% 내렸다. 이밖에 지역은행주에 대한 우려로 출렁였던 팩웨스트방코프는 20%가까이 뛰어올랐다.
투자자들은 정치권의 부채한도 상향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 교착상태로 일시 중단됐던 협상은 전날 저녁부터 실무진 차원에서 재개된 상태다. 이날 오후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직접 회동하기로 해 협상 돌파구가 마련될 지 눈길을 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자들이 부채한도 협상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다른 한편으로 경제는 여전히 상당히 강력하고 고용시장은 정말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회동을 몇시간 앞두고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10일 남았다"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원이 메모리얼데이에도 남아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6월1일 디폴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부채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 증세를 통한 세제 개혁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디폴트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직전까지 이어질 불확실성과 그 여파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SPI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는 "부채한도 논의가 계속되면서 워싱턴의 분위기에 맞춰 시장의 심리가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6월 1일이 디폴트 시한이 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이번 주에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외에도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물가지표인 4월 PCE가격지수, 1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 5월 S&P 글로벌 PMI 잠정치 등 경제 지표들도 줄줄이 공개된다. 투자자들은 오는 24일 발표되는 FOMC 회의록을 통해 추가 금리인상,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둘러싼 힌트를 찾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6일 예정된 4월 근원 PCE는 전년 동월 대비 4.5%,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긴축에 힘을 실은 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은 투심을 악화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Fed 내 대표적 매파 인사로 평가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에 충분한 하방압력을 가하고 적시에 목표치(2%)로 돌리기 위해서는 정책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며 "올해 (0.25%포인트씩) 두차례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5.0~5.25%에서 5.5~5.75%까지 뛰게 된다.
그간 6월 금리 동결을 지지해온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이날 추가 긴축 여지를 남겼다. 카시카리 총재는 같은날 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6월에 금리를 올릴 지, 건너뛸 지를 두고 접전인 상황"이라면서 "6월에 (인상을) 건너뛴다고 해서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언제든지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에 따라 Fed가 인상을 재개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카시카리 총재는 "7월에 다시 인상을 시작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테이블 위에서 그것(금리 인상)을 완전히 치우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6월 금리 동결을 예상해온 시장의 기대와 간극이 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5%가량 반영하고 있다. 잇따른 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으로 전날 82%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추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전망은 24%대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다음 FOMC는 6월13~14일이다. 이번 주 중에도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등 Fed 당국자들의 연설이 다수 남아 있어 지난주처럼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둔 매파 발언들이 잇따라 나올 지도 관건이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72%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32%선으로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과 비슷한 103.2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4센트(0.61%) 오른 배럴당 71.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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