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팀, 리튬 회수율 75% 공정 개발
"'하얀 석유(리튬)'를 확보하라!"
세계 각국은 지금 4차 산업혁명ㆍ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리튬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로 전기자동차는 물론 스마트폰ㆍ노트북 등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생산은 중국ㆍ남미ㆍ호주 등 일부 지역에 그친다. 그나마 우리나라 같은 리튬 빈국은 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제는 현 기술로는 낮은 회수율에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 연구팀이 이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 연구팀은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화학'에 기존 폐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공정의 리튬 회수율을 15%대에서 75%대로 대폭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논문으로 게재했다. 배터리를 잘게 부수거나 가루로 만드는 기계적 힘을 이용해 화학 반응을 촉발하는 기계화학 공정이다.
배터리에는 리튬뿐만 아니라 코발트나 니켈 등 고가의 희귀 금속들도 포함돼 있다. 최근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배터리 원재료 확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생산국들에 국가적 안위의 문제가 됐다. 아직 이들 금속 재료들의 공급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진 않다. 그러나 갈수록 자동차 등 운송 수단의 에너지원이 기존의 화석 연료에서 전기 충전 배터리로 대체되면서 이들 금속 재료들의 재활용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2031년까지 배터리 리튬의 80%를 재활용하겠다고 목표를 정한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리튬이 나오지 않는 나라일수록 기존 배터리에 들어간 원재료들을 회수해서 쓰는 재활용 공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채굴·가공·조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비용 절감·자원 확보 등 여러모로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존 리튬 회수 공정은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고온으로 가열하거나 고농도의 산(酸)·유기 용매로 녹인 후 추출하는 방식이다. 리튬 회수율은 고작 15%에 그쳤다. 연구팀은 먼저 리튬 코발트 산화물 배터리에서 음극재를 빼내 알루미늄과 섞은 후 고운 가루로 만들었다. 특히 3시간 동안 분쇄기를 사용해 이 혼합물을 갈자 알루미늄이 음극재와 반응해 불용성 산화알루미늄과 코발트, 수용성 산화 리튬의 혼합물을 형성했다. 이를 물에 가라앉혀 밀도의 차이로 분리한 후 추가 정제까지 한 결과 약 30%의 리튬을 회수할 수 있었다. 경제성 확보까진 갈 길이 멀지만 기존보다 두 배나 높은 회수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후 이 공정에 한 가지 변화를 더 줬다. 분쇄기에서 나온 혼합물을 물에 넣고 가열한 것이다. 그러자 앞선 공정과 달리 회수 불가능한 불용성 리튬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리튬 회수율이 75%까지 올라갔다. 다양한 종류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들을 사용해 테스트한 결과였다.
이같은 기계화학적 방법은 상업용 화학 공정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왜 이런 반응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온도의 변화ㆍ마찰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추측이다. 연구팀은 이 공정을 더욱 개선하는 한편 리튬뿐만 아니라 코발트ㆍ니켈 등 다른 주요 금속 재료들도 동시에 회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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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소재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컨설팅회사 '서큘러 에너지 스토리지'의 멜린 이사는 네이처에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실험실 차원에서의 성공일 뿐이며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원리를 증명한 것"이라며 "배터리 재활용은 단순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며 원재료의 경제성과 전기차의 확산 등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30년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리튬이 어디에서 올 것인지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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