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다회용컵 제공하지만 공무원들 일회용컵 사용 일쑤
'3년 단위 추진 계획 수립' 조례 있지만 한 차례도 안 세워
구 관계자 "친환경 문화 정착 중…홍보·교육 더 추진할 것"
전 세계적으로 연이어 발생하는 홍수와 가뭄 등 이상기후들. 지구의 기온 상승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에 이산화탄소의 양을 다시 자연이 흡수하거나 인위적으로 제거하여 '0'으로 만드는 것, 즉 '탄소중립'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0년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로드맵과 추진 전략 등을 발표하고 있고 광주광역시는 정부의 목표인 2050년보다 5년 빠른 2045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회용품 줄이기'가 널리 확산하고 있다. 각종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협약을 체결하거나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를 솔선수범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인 광주광역시 동구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다.
6일 오전 광주 동구청사. '오늘은 일회용품 안 쓰는 날입니다' 등 다회용컵 사용을 장려하는 내용의 입간판이 눈에 띄게 설치돼 있지만 정작 공무원들 대부분은 커피를 담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다녔다.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겠다며 커피전문점과 협업해 테이크아웃 주문 시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음료가 든 일회용 컵을 들고 청사 내부로 가져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들은 짧은 탄식에 이어 시선을 돌리고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가장 솔선수범해야 할 부서인 기후환경과와 청소행정과가 위치한 2층 사무실조차도 기후 위기를 앞당기는 일회용품 사용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사무실 통로에 놓인 분리수거함에는 생수 페트병부터 카페에서 포장해 온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이 수북했다. 빈 병의 라벨을 떼지 않거나 컵과 종이 홀더를 분리하지 않고 엉망으로 버린 '비양심 사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두 부서뿐만 아니라 청사 내 곳곳에서 사용하고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 종이컵 등 쓰레기가 발에 치일 정도로 많았다.
지하 1층 휴게실에서 토론 활동을 했다는 한 공무원 모임은 배달용 일회용품 도시락을 먹고 있었고, 청사 내 카페에서는 한 부서로 음료 7~8잔 배달 주문하면서 다회용컵은 이용하지 않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장려하고자 별관 1층에 설치한 편의 시설물은 아니지만 커피자판기 옆 기다란 종이컵 회수 수거대에는 겹겹의 쓰레기로 3분의 1가량이 채워져 있었다.
이날 오전 동구청사의 모습은 사무실 내 일회용 컵과 페트병 사용을 금지한다는 환경부 실천지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듯한 이러한 모습은 동구가 중기적 환경 대책과 계획이 없어 사실상 방치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구 공공기관 1회용품 사용 제한 조례'에는 구청장은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매년 추진 실적을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3년마다 지역 여건에 맞는 1회용품 사용 제한 추진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일회용품 관련 분야별 추진 과제, 실태조사에 관한 사항 등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동구는 해당 조례가 시행된 2019년 7월 이후로 3년 계획은 한 차례도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 관계자는 "3년 단위 계획을 세우지 않은 사정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며 "연도별 시행계획은 수립해 매년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하면 공무원들의 일회용품 사용 빈도가 급격하게 줄었다"며 "아직 미흡한 부분은 '다회용컵 사용 활성화 사업' 운영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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