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걸 한글편지’ 15세기 후반 작성 추정
변방까지 빠르게 보급된 한글, 남성도 사용
“상대 호칭, 높임말 당시 언어생활 알려줘”
현존하는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나신걸 한글편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관리된다. 문화재청은 ‘서울 청룡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창녕 관룡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과 함께 보물로 지정했다고 9일 전했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조선시대 군관으로 활동한 나신걸(1461∼1524)이 아내 신창맹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두 장이다. 2011년 대전 유성구에 있던 신창맹의 무덤에서 나왔다. 피장자(被葬者)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저고리, 바지 등 다른 유물들도 함께 발굴됐다.
편지의 주된 내용은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걱정이다.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당부와 철릭(무관의 공식의복) 등을 보내달라는 부탁도 담겼다. 작성 당시 나신걸은 함경도에서 하급 군관으로 일했다. 시기는 15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1470∼1498년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등장해서다.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도 1490년대로 비슷하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뒤 일상에서 한글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 자료로 평가된다. 공고된 지 불과 45년이 지난 시점에 변방에서도 한글이 널리 보급됐음을 알 수 있는 까닭이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익숙하게 사용했다는 점까지 짐작하게 한다.
약 530년 전에 쓰였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가치다. 이전까지는 충북대박물관이 소장한 ‘청주 출토 순천김씨 의복 및 간찰(簡札)’이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로 여겨졌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이 편지는 16세기에 쓰였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이보다 시기가 앞선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라며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서울 청룡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는 18∼19세기 양식이 담긴 대형 불화다. 1806년 순조와 순원왕후의 장수를 기원하며 상궁 최씨가 발원했다. 서울·경기 지역의 불화 제작을 전담한 화승 집단의 일원이던 승려 민관 등 다섯 명이 작업했다. 문화재청은 “19세기 초 서울·경기 지역에서 등장한 새로운 괘불 양식이 반영된 최초의 작품”이라며 “시대적 전환기 속에서 신·구 양식을 모두 반영해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크다”고 말했다.
‘창녕 관룡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불교 조각을 전문으로 하는 승려 아홉 명이 1652년에 완성해 관룡사 명부전에 봉안한 불상이다. 불상 열일곱 구는 당시 작업한 조각승 가운데 최고로 꼽히던 응혜 스님이 전성기에 만든 것이다. 조선 후기 명부전 존상의 구성, 독자적 양식 등을 성립하는 과정에 있어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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