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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요일日문화]갈수록 '고양이 천국' 되는 日…"고령화로 산책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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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야요이 시대부터 기르기 시작
산책부담 큰 개보다 인기 꾸준히 늘어

편집자주몸도 마음도 나른한 일요일. 국제부 기자가 일본 문화와 관련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전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고양이 좋아하시나요? 저는 원래는 강아지를 좋아하다가, 어느새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로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가는 곳마다 고양이들이 반겨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성화도 마쳤고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도 않는데다가, 오히려 다가와 비비적거리는 모습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답니다.


[日요일日문화]갈수록 '고양이 천국' 되는 日…"고령화로 산책 힘들어" 오키나와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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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강아지를 좋아하시나요, 고양이를 좋아하시나요? 일본에서도 시바견 등 사랑받는 견종이 있기 때문에 막상막하의 대결이 일어나곤 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강아지파(派)’와 ‘고양이파’로 나누는데요.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때 종종 “강아지파랑 고양이파 중에 어느 쪽이세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한국은 주로 고양이는 젊은 사람이 키운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집이 한국보다 더 많은 편인 듯 싶습니다.


이처럼 확실히 일본은 ‘고양이 천국’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고양이 문화'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일상에 고양이가 녹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식당에서 한 손을 올리고 까딱거리며 손님을 맞이하는 ‘마네키네코’도 고양이고, 후쿠오카에서 조금만 가면 고양이 200마리가 사는 섬 아이노시마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숙박할 때 고양이와 함께 잘 수 있는 료칸도 한국에서 화제가 됐죠.


실제로 일본 펫푸드협회가 매년 실시하는 개·고양이 사육실태조사에서 2018년 가을 사육 두수는 개가 890만마리, 고양이가 964만마리로 고양이 사육 수가 개를 앞지른 상황입니다. 고양이 사랑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오늘은 언제부터 일본이 고양이를 좋아하게 됐는지, 그 역사를 좀 살펴보려고 합니다.


[日요일日문화]갈수록 '고양이 천국' 되는 日…"고령화로 산책 힘들어" 오키나와 국제거리 음식점 앞의 고양이.

일본에서는 기원전 300년부터 서기 250년에 해당하는 야요이 시대부터 삵이 아닌 집고양이를 길렀다는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7~12세기까지인 나라와 헤이안 시대에는 본격적으로 반려동물로 기르기 시작했다는데요, 고양이 사랑이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일본 고양이 조상 중에는 중국 고양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중국에서 일본까지 배로 경전을 들여올 때 쥐가 책을 갉아먹는 것을 막기 위해 고양이를 길렀는데, 이때 중국 고양이들도 일본으로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출신 국가가 어찌됐든 고양이는 귀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나라에서 온 고양이를 왕이 물려받는 일도 기록이 돼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귀족들이 고양이에게 푹 빠지게 되면서 일본에 들어온 고양이들은 쥐를 잡는 역할은 그다지 못했고, 사랑받는 반려묘로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목에 방울을 달아 방안에서만 기르는 일도 빈번했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당연히 고양이의 몸값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서, 고양이를 잡아다가 부자들에게 파는 업자들도 성행하게 됩니다. 16세기에는 ‘고양이를 훔쳐서 안 된다. 고양이를 사고파는 사람 모두 엄중 처벌한다’는 마을 공지까지 있었을 정도입니다. 서민들은 기르는 것을 꿈도 못 꿨기 때문에 농가에서 쥐를 잡기 위한 부적의 역할로 고양이 그림을 사서 걸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에 길고양이들이 나타나게 된 것은 언제쯤일까요? 고양이가 비싸지면서 쥐를 잡으라고 고양이를 바깥에 내놓는 집이 더욱 줄어들게 되자, 동네가 쥐 천국이 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에 고양이는 방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다만 귀족들 중에는 하인들을 시켜 고양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게 한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그래서 일본 옛날 회화 속에 주인 옆에서 고양이를 안고 돌보는 하녀들의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고 합니다.


[日요일日문화]갈수록 '고양이 천국' 되는 日…"고령화로 산책 힘들어"

서민들도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라고 합니다. 서양 고양이들이 들어와 공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를 기르게 됐는데, 이후 일본이 고도 성장기를 맞으며 서구의 강아지 문화를 들여오게 되면서 개를 기르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역사를 오래 가진 탓에 일본 특유의 고양이 품종도 있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 짧은 꼬리나 열쇠 모양의 구부러진 꼬리를 가진 고양이도 있습니다. 열쇠모양 꼬리는 나가사키 지방 고양이들의 특징인데요. 에도시대 동남아시아에서 나가사키로 들어온 종들이 조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꼬리가 짧은 고양이는 일본의 미신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고양이는 영물’이라며 거리를 두는 분들이 있는데, 일본에서도 밤에 번쩍 빛나는 고양이의 눈 등을 이유로 “꼬리가 긴 고양이는 사실 나이가 들면 꼬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네코마타’라는 요괴가 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꼬리가 짧은 고양이는 사실 돌연변이인데, 일본에서는 이 미신 때문에 짧은 고양이를 의도적으로 많이 번식시켰다고 합니다.


[日요일日문화]갈수록 '고양이 천국' 되는 日…"고령화로 산책 힘들어" 꼬리가 짧은 일본 고양이. (사진출처=네코노키모치 매거진 홈페이지)

여하튼 일본의 고양이 사랑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무엇보다 일본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 사육두수가 더욱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개는 산책을 시켜줘야 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고령자들이 선호한다고 합니다. 한 일본 언론은 “50대나 60대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개를 키우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중장년의 주인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도 전했습니다.



오늘은 고양이파의 손을 들어준 글이 됐지만, 강아지든 고양이든 동물이 주는 행복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모두 좋은 주말 되세옹!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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