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졸업 후 면허증 없이 버젓이
전국 60여개 병원서 무면허 진료
의료사고 낸 후 합의 정황도 포착
의사면허증 없이 28년 동안 '가짜의사' 행세를 하며 환자들을 치료해온 60대가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양선순)는 5일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보건범죄단속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등 혐의로 지난 2일 A 씨(60)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A 씨의 의사면허 취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등록으로 고용해 병원장 명의로 진료행위를 하게 한 종합병원장 B 씨와 개인 병원장 C 씨 등 8명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씨는 의사면허증을 취득하지 않고 의대를 졸업한 뒤 전국의 병원 60여곳을 돌아다니며 의료 행위를 해 온 혐의를 받는다. 또 그 과정에서 공문서인 의사면허증을 위조하고 그를 실제 의사로 믿은 피해 병원들로부터 급여 5억여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의사면허증이 없기 때문에 의료행위를 할 수 없었음에도 1995년부터 면허증과 위촉장 등을 위조해 병원에 취업했다. 그가 실제로 의대에 재학했기 때문에 그를 고용했던 병원장들은 A 씨가 내민 의사면허증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주로 '미등록 고용의사' 형태로 단기 채용돼 병원장 명의의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부여받아 병원장 명의로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했다. 검찰은 A 씨를 고용한 병원들이 고용보험 가입 등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미등록 의료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A 씨가 무면허로 수술행위를 하다가 의료사고를 낸 후 합의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의사의 경우 일반인들이 면허의 유효 여부를 손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없고 면허발급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어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자체적인 면허 유효 여부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다"며 "의사 면허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 및 의사 면허 관련 정보 공개 필요성 등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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