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대강·국민 무관심에 파업 동력 약화
철강·석유화학 3조원 손실…손배소도 거론
[아시아경제 노경조 기자, 차완용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9일 총파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16일 만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 종료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파업 종료·현장 복귀의 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 참여 조합원 3575명 중 파업 종료 찬성은 2211표(61.84%), 반대는 1343표(37.55%), 무효는 21표(0.58%)였다.
이번 파업은 2003년 기록으로 남았던 한해 두 번, 최장기간 파업과 타이를 이뤘다.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법과 원칙을 세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간 '강대강' 대치로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산업계에 수조원대 손실이라는 상처가 남았다. 수출과 민간소비 침체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입게 된 손실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최장기간 파업일 기록…국민 무관심에 동력 약화= 이번 파업은 화물연대가 최장기간이란 기록을 세웠던 2003년 파업 때와 무척 유사했다. 당시 화물연대는 두 차례 파업(5월·8월)했고, 파업기간 16일이라는 최장기록을 남겼다.
올해 화물연대의 첫 파업은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6월에 이뤄졌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법과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산업계 피해가 커지자 안전운임제 연장, 연장 시한·품목 확대 국회 논의에 합의하면서 파업이 일단락됐다.
이후 국회에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화물 노동자들의 한 달 순소득이 367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루 평균 14시간을 운송하고 월간 24일 일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이 30%에서 10%로 줄고,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도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에서 화물연대는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정부의 강경 대응과 국민들의 무관심, 동조파업 등이 이어지지 않자 파업 동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갈길 험난한 일몰제 연장…산업계 피해 대응은= 총파업은 종료됐지만, 화물연대가 요구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는 과제로 남았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기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다. 2020년 3월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만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며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당초 안전운임제 적용 범위를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으로 확대하고, 영구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대치가 길어지는 과정에서 화물연대는 3년 연장안을 입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정부는 폐지 등 재검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회도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힘을 실었다. 또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봐도 화물연대에 불리하다. 설령 일몰제 연장이 극적으로 합의되더라도 품목 확대까지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는 무려 3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 정부는 전날 철강재와 석유화학제품 출하량이 평시 대비 각각 48%, 20% 수준으로 떨어졌고, 출하 차질 규모는 총 2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공공주택 건설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며, 공사 중단 시 손해배상청구 소송 검토를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번 총파업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 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업체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전날 "민간은 우선 (자체적으로) 피해를 수습하는 게 맞지만, 애로사항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가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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