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주방장이 만든 김치 사업 나서고
카페 원두·웨딩홀 꽃은 집으로 보내
비대면 소비 발 맞추고 차별화 꾀하기 위함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최근 호텔 업계는 김치, 커피, 꽃 등을 고객의 집으로 배송하거나 횟수나 기간을 정해 구독할 수 있는 이색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밀키트 등 기존 호텔 전체가 뛰어드는 사업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바뀐 '비대면 소비'에 발을 맞추고 인지도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진행 중인 이색 사업은 김치로, 워커힐과 조선호텔이 몰두하고 있다. 워커힐의 경우 호텔 조리장이 매일 직접 담그는 프리미엄 김치 '워커힐 수펙스'를 운영한다. 연간 배송권의 경우 134만원을 내면 월 2회 2kg씩 총 48kg의 김치를 집으로 배송해준다. 현재 구독 계좌 수는 작년 대비 50% 늘어난 600여개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주요 구매 연령대는 40대 이상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프리미엄 브랜드 '조선호텔 김치'와 대중화 브랜드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 제품을 포함해 총 22종의 김치를 판매하는데,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계 매출이 전년 대비 25% 신장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신제품이 거의 없는 김치 특성상 유의미한 실적"이라고 전했다.
호텔 원두와 커피 구독 서비스도 인기다. 시그니엘 서울은 시그니엘 브랜드 호텔에서만 만나볼 수 있던 호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정기 구독 서비스로 제공한다. 커피 마스터가 엄선한 ‘시그니엘 79’와 ‘시그니엘 123 블렌드 커피를 묶어 월 1회씩 구독자가 원하는 곳으로 정기 배송한다. 구독료는 연간 86만 4000원으로 일반 구매 대비 20% 할인된 가격이다. 웨스틴 조선 서울과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는 월간 커피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한달 기준으로 15잔, 25잔을 선택할 수 있다. 드래곤시티도 카페에서 구독료를 지불하면 월 30잔의 커피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드래곤시티 관계자는 “구독자로는 호텔 장기투숙객뿐만 아니라 근처 회사원 비중도 높다. 한번 서비스를 구독하면 계속 갱신해 구독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웨딩으로 유명한 호텔은 꽃 서비스를 선보인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플라워샵 '격물공부'는 현재 2개 지점을 통해 계절에 어울리는 식물을 2주에 한 번꼴로 배송한다. 글래드의 경우에도 호텔 웨딩플라워를 전담하는 '더 세인트'에서 화병과 연장제를 포함해 격주 수요일마다 꽃을 집으로 배송한다. 현재 누적 구독 계좌 수는 100여개이며 특히 봄과 가정의 달 시즌에 판매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업계가 이같은 이색 사업에도 힘을 쏟는 것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생긴 비대면 소비 패턴에 발을 맞추고, 호텔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뛰어드는 밀키트 사업과 달리, 식음료나 웨딩 부문에 강한 호텔의 장점을 살려 각자 차별화를 꾀하는 추세”라며 “정기 배송 서비스가 활발해진 것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패턴이 강화되면서, 호텔 투숙 이외에 호텔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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