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주 기자] 지난 주말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주말이 마비되다시피한 가운데, 카카오 서비스를 떠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해 경제활동을 하면서 크고작은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은 물론, 카카오톡을 이용해 약속을 잡고 교류를 해온 대다수의 시민들, 카카오뱅크를 자산 관리를 위한 주요 금융앱으로 이용해오던 사용자들이 저마다 ‘대안앱’ 찾기에 나서면서, 카카오에 대한 서비스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5일 카카오의 서버가 있는 경기도 판교의 SK C&C센터(SK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의 서버 전원이 차단됐고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국민 메신저앱’인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맵과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게임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중단되다시피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데이터센터는 판교 외 지역에 금융사 전용 데이터센터가 존재했기 때문에, 카카오와 관련된 간편이체와 모임통장 등 일부 서비스 외에는 대부분 서비스가 작동됐다.
이용자들의 일상을 지배해온 대다수의 서비스들이 주말 내내 온전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의 대안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에 의존해 경제활동을 하는 시민들이 카카오 멈춤 사태로 크고 작은 피해와 불편을 겪으면서, 대안앱 찾기에 나선 것이다. 주말 내내 카카오톡이 멈추면서 원활한 교류가 막힌 이용자들은 ‘라인’과 같은 대안 메신저앱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17일 오전 10시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의 인기차트는 카카오톡의 경쟁 메신저인 라인앱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직장인 이정엽씨(30세)는 “이번 사태로 더이상 카카오톡에만 의존한 의사소통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카카오톡 앱이 멈추자 불안해져 곧바로 라인을 깔았다”고 말했다.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해 경제활동을 해온 이용자들 또한 ‘탈 카카오’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회사 메일을 다음, 카카오 메일과 연동해 둔 중소업체의 한 직원은 “메일 이용이 어려워져 업무 차질이 있었다.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어서 대안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고 회사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던 영세 자영업자들 또한 우려를 표출했다. 한 자영업자는 “황금 영업 시간인 주말 저녁에 카카오페이 결제 실패가 지속되면서 불편함이 컸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멜론 서비스를 통해서 매장 음악 등을 선별해온 자영업자들 또한 “멜론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소소한 불편이 컸다. 이렇게 된 김에 유튜브 뮤직 유료서비스 구독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이용자 이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판교에 서버가 존재하지 않아 핵심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카카오톡 서비스와 연결해 제공하는 모임통장이나 간편이체 등 서비스가 작동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부 이용자들은 카카오의 차질을 카카오뱅크 서버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으로 연결하는 분위기다. 한 이용자는 “카카오페이 계좌 연결을 해지했고 카카오뱅크에서도 모두 돈을 뺐다.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에 넣어뒀던 돈도 모두 뺐다”며 “혹시 또 카카오뱅크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시중은행으로 우선 돈을 모두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용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결국 전통 은행이 안정성 측면에서는 우세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편리성 때문에 카카오뱅크를 주거래 은행처럼 생각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래서 안되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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