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겪고 1년 뒤 공황장애를 얻은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임성민 판사는 A씨가 극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16년 2월 모 철강회사에서 용해 업무를 하다가 사업장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발 부위에 타박상을 입었던 그는 당시 별도로 산재 신청을 하진 않았고, 금방 업무에 복귀했다.
A씨는 이듬해 5월 동료 근로자가 자신이 겪었던 사고와 같은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심한 불안감을 느껴 병원 응급센터를 찾았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A씨는 2018년 11월 보직이 바뀌어 품질보증 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2020년 6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적 요인보단 개인적 환경 등에 의한 질병으로 보인다"라며 A씨의 신청을 거부했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A씨는 "2016년 사고 이후 꾸준히 치료받았지만, 동료 근로자가 지게차 작업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질환이 심해졌다"라고 호소했다.
1심은 "정신질환과 업무상 스트레스 사이 밀접한 관련이 인정된다"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임 판사는 "2016년 사고 전엔 정신질환을 앓지 않았고, 보직 변경 이후에도 트라우마로 면담했다는 확인서가 작성됐다"라며 "동료 근로자에 따르면 2016년 사고 당시 원고가 자칫 잘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임 판사는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기 때문에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의학·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원고가 사고 당시 타박상 정도의 상처만 입고 별다른 산재 처리 없이 업무에 복귀했다 해도, 원고로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라며 "지게차와 관련한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원고에게 상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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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은 이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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