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올해들어 198% 급등
러시아 에너지무기화에 폭염 맞물리면서 가격 고공행진
증권가 “천연가스 가격 단기간 안정세 찾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원자재 가격들이 하락하고 있지만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원자재가 있다. 바로 천연가스다. 천연가스 공급량은 줄고 있는 데 반해 불볕더위로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지고 있어 수요가격은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27일 기준 런던 ICE 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은 메가와트시(MWh)당 214유로를 가리키고 있다. 올해 초 MWh당 71.765유로에 머물렀던 천연가스가격은 전일까지 198% 급등하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상승률만 45%에 육박한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가격(9월물 기준)은 MMBTU당 8.83달러를 웃돌고 있는데, 이달 초 5.7달러 대비 50% 넘게 급등하며 공고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은 두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러시아 천연 가스 공급량 감소와 이상 기온으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인데 유럽 등 지구촌 곳곳이 살인적인 폭염으로 인해 전력소비를 늘리고 있지만 전력 생산에 필요한 천연가스 공급을 러시아가 줄이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는 이달 들어 40도를 웃돌며 연일 최고 기온을 새로 쓰고 있다. 천연가스는 주로 냉난방과 전기 소비에 쓰인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27일부터 천연가스 공급량을 20% 줄였다. 천연가스를 나르는 가스관 노드스트림1의 보수공사를 이유로 두고 있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이 노골화된 것이다. 미국은 텍사스 일부 지역을 비롯한 주요 지역들의 에어컨 관련 전기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석탄발전 가동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안으로 제시된 원전은 프랑스 EDF의 원자력 발전소 설비 결함, 환경규제 준수 등을 이유로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으로부터 LNG를 통해 천연가스를 받는 것도 지금 상황에선 모든 수요를 품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덕에 천연가스에 투자하는 상품의 수익률은 300%가 넘는다. 미국 CME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의 두 배를 추구하는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은 올해 들어 365%의 수익률을 올렸다. 도시가스 관련 종목인 지에스이와 대성에너지 연초 이후 수익률은 63%, 20%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천연가스 가격이 단기간에 안정세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시장을 억누르고 있지만, 천연가스의 내림세는 제한적일 것이란 뜻이다. 유럽지역의 에너지 불안이 온전하게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유럽은 2분기와 3분기에 천연가스 재고를 쌓고 난방 수요가 커지는 1분기와 4분기에 재고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량을 제한시키면서 현재 유럽 국가들은 풍족하게 재고를 100% 쌓아두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재고 부족은 추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북미에서 LNG선으로 통해 공급받는 천연가스량을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확대하기는 어려우므로 천연가스나 LNG선 관련 종목에 관한 관심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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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개인투자자들은 지금의 천연가스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졌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0거래일 동안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N(상장지수증권) 10종목 가운데 6종목이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었다. 하락분에 대해 수익이 두배로 발생하는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172억원), TRUE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146억원),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118억원)등 세 상품엔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6개 상품에 몰린 금액만 해도 약 575억원에 육박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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