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두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일부 강력한 통치자(potentate)가 갈등을 일으키고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지중해 섬나라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우크라이나 정치·종교계의 키이우 방문 요청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그렇다.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겼다.
교황은 몰타 순방 연설 중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철없고 파괴적인 침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황이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푸틴 대통령을 가리키는 게 명확하며 책임있는 특정 인물을 언급한 것은 교황이 그만큼 격노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AP통신은 해석했다.
교황은 이날 "유럽의 동쪽에서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퍼지고 있다"면서 "타국에 대한 침략, 흉포한 시가전, 핵무기 위협은 먼 과거의 암울한 기억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오직 죽음과 파괴, 증오 만을 초래하는 전쟁의 찬 바람이 많은 이들의 삶을 강력히 휩쓸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인류에게 닥친 전쟁의 밤에 평화를 향한 꿈이 바래지 않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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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황의 발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기면서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피란민 등을 언급하며 "커지는 이주 비상사태에 대한 광범위하고 공유된 대응이 요구된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무관심한 방관자로 남아있으면 일부 국가가 전체 문제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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