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일정 방지 등 장점이지만
품질 보장 불가·사업 부담 커져
사전청약 추진 기조와도 배치돼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일각에서 부실시공을 방지하는 해법으로 ‘후분양제’가 언급되고 있다.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한 무리한 공사 일정을 막고, 입주자가 사전에 주택 품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하지만 후분양제 도입으로도 전적으로 아파트 품질을 담보할 수 없고, 사전청약을 추진 중인 현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아 현실적으로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델하우스를 확인하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는 시공이 일정수준에 이른 시점부터 분양을 시작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시공 현장에서 실물에 가까운 아파트를 확인한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분양가와 분양권 가격, 입주시점 시세 사이의 가격차이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하자 여부 판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안전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현장에 일반인이 접근하기도 어렵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더라도 주요 구조부 하자 여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창호와 가구, 도배와 잡공사 등 대부분의 하자는 공사 막바지에 집중돼있다. 후분양제의 통상적인 분양시점인 공정의 60~80% 수준에서는 이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베란다확장으로 인한 하자, 지하주차장 균열 등 실제로 입주해서 살아봐야 확인되는 아파트 하자도 적지 않다”며 “마감공사가 진행되지 못한 수준에서 진행되는 후분양제는 건축물의 품질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승·공급 지연 우려
건설업체의 자금부담이 커져 주택 공급 속도가 느려진다는 단점도 있다. 종전의 선분양제는 건설업체가 분양자들로부터 선금과 중도금 등을 수령함으로써 공사자금을 조달하는 일종의 무이자대출방식이다. 반면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건설업체는 공사 진행을 하려면 PF대출 등을 통해 직접 자금을 충당해야 한다. 여기에 혹시라도 분양시점에 미분양이 다수 발생한다면 선투입된 자금으로 인한 금융비용까지 더해져 건설업체의 사업 부담감은 더욱 커진다.
대규모 분양 물량을 사전청약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통해 주택 공급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정반대되는 제도인 후분양제를 도입하게 되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켜 공급 속도도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후분양제는 현재 대규모 사전청약을 추진 중인 정부 기조와 맞지 않을뿐더러 분양가 상승 우려가 있어서 매수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후분양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안전사고를 방지하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해 실효성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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