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거래 절벽
대출 총량규제 금리인상에 매수심리 급격히 위축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김동표 기자] 주택 매매시장이 극심한 거래 가뭄을 겪고 있다. 급매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래가 실종됐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대선까지 겹치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다.
◆부동산 1000개 중 거래는 5~6개꼴…비수도권 감소폭 더 커=2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파트·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거래회전율은 0.56%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합건물 1000개 중 5~6개만이 거래됐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지난해 3월 0.83%로 최고치를 찍은 후 줄곧 내림세였다. 1년 전과 대비해서도 거래회전율은 0.95%(2020년 12월)에서 크게 감소했다.
거래회전율은 ‘등기목적이 소유권이전이고 등기원인이 매매이며, 등기가 완료된 부동산 수’를 ‘매월 말일 기준으로 등기가 유효한 전체 부동산의 수’로 나눈 값이다. 부동산 매매시장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회전율이 낮을수록 전체 부동산 물건 대비 거래가 적다는 의미다. 거래회전율 0.56%는 집합건물 1000개 중 5.6개가 거래됐다는 의미다.
연평균으로봐도 지난해는 역대급 거래절벽 상황이었다. 2021년 1~12월 평균은 0.69%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지난해보다 연평균 거래회전율이 낮은 해는 2010년(0.65%), 2012년(0.57%), 2013년(0.65%)뿐이었다.
지난해 거래회전율 감소는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나타났으나 지방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서울의 경우 2020년 12월 0.67%에서 지난해 0.42%로 0.25%포인트 줄었고, 경기는 0.94%에서 0.55%로 0.3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대구의 경우, 같은 기간 1.09%에서 0.35%로 0.74%포인트 급감했다. 부산도 1.25%에서 0.56%로, 광주도 1.11%에서 0.46%로 크게 줄었다.
◆1월 용산구 아파트 거래 달랑 1건…새해에도 거래시장 '꽁꽁'=새해에도 아파트 거래량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거래 침체는 주택 매매거래지수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지수는 3.2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전국 4000여명의 공인중개사 설문을 통해 거래 활성화 정도를 파악하는 지수인데, ‘거래가 활발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이달 들어 전무했다.
특히 서울의 매매거래지수는 1.5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1대로 떨어진 것도 2019년 4월(1.5) 이후 처음이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새해 들어 더 얼어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283건에 불과했다. 신고시점(거래 후 한 달 이내)을 감안해도 최저 거래량인 2018년 11월 1163건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25개 자치구 중 17곳은 현재까지 거래량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용산구는 1건에 불과했다. 이촌동 강촌아파트 전용면적 84.77㎡이 거래된 것인데, 지난해 7월말 22억원에서 21억원으로 6개월 만에 1억원이 떨어져 하락거래됐다.
수요와 공급 비중을 보여주는 한국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 역시 올해 들어 매주 기준선을 하회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2로, 기준선 100 미만이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매매가격이 정체된 가운데 이 같은 거래 절벽 현상이 반강제적으로 가격 보합세를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광진·용산·종로는 거래가 없어 매매가격 변동률이 0%에 수렴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0%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지만 거래 실종에 따른 현상으로 시장이 안정됐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거래가 일정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는 것이 건전한 시장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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