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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입양한 '애견인'이라던 文대통령, 靑서 기르던 풍산개 새끼는 동물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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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풍산개 새끼 7마리 지자체 분양하겠다 밝혀
2019년에도 6마리 분양…일부는 동물원서 생활 중
시민들 "동물복지 말하면서, 기르던 개는 책임 안 지냐" 비판
전문가 "동물 선물로 주고받는 외교방식 부적절"

유기견 입양한 '애견인'이라던 文대통령, 靑서 기르던 풍산개 새끼는 동물원행?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풍산개 새끼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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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자신의 반려견 '마루'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를 지자체에 분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019년에도 곰이가 낳은 새끼 6마리를 4개 지자체로 분양했는데, 강아지 중 일부는 동물원으로 보내져 전시·홍보 등에 이용되고 있어서다.


이번에 분양될 새끼 7마리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전문가는 사람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려는 성향이 강한 개들을 동물원으로 보내는 것은 부적절하며, 동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외교 방식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석 달 전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가 모두 튼튼하게 자랐다"며 "희망하는 지자체에 두 마리씩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지난 2019년 8월 곰이가 낳은 새끼 6마리(산, 들, 강, 별, 달, 햇님) 또한 서울과 인천, 대전, 광주 등 4개 지자체에 분양했다. 개들은 현재 지자체를 통해 동물원·수련원 등으로 보내졌다.


산이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 햇님과 들이는 각각 인천 연평평화안보수련원과 인천대공원, 달이와 강이는 대전 오월드, 별이는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천 지역으로 보내진 햇님과 들이 빼고는 모두 동물원에서 전시 목적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유기견 입양한 '애견인'이라던 文대통령, 靑서 기르던 풍산개 새끼는 동물원행? 지난해 6월2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평화안보수련원에 있는 우리 안에 풍산개 '햇님'이가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에 따르면, 동물원에 보내진 개들은 대부분 동물원 내에 마련된 전시실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사육사들이 산책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대공원에서 생활하는 들이의 경우 개방된 전시공간이 아닌 사적공간에 마련된 50㎡ 크기의 사육장에서 또 다른 개와 지내고 있으며, 오전에 한번 사육사가 산책을 한다고 공원 측은 밝혔다. 그러나 사육사가 퇴근하거나 휴무 등 부재중일 때 개들은 보호자 없는 상태로 우리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햇님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연평평화안보수련원이 장기간 휴관을 하고, 남북관계 악화로 관광객이 적어지면서 우리에 갇힌 채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해 6월 보도되기도 했다. 별이가 있는 우치동물원은 지난 2007년 사육장 부족으로 기르던 개 6마리를 단돈 5만원에 분양해 비판받은 곳이기도 하다.


청와대의 풍산개 지자체 분양은 당시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녹색당은 지난 2019년 9월 논평에서 "남북평화의 염원을 담은 상징적인 존재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인간과 교감하고 사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개'의 강한 본성을 고려할 때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을 동물원에 보낸 것은 반생명적이며 반동물권적"이라며 "열악한 사육환경과 비전문성, 관리 소홀로 여러 동물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최근 '개 식용 금지'를 언급하는 등 반려동물 복지와 관례체계를 강조한 것과는 모순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책임 못 질 거면 중성화를 하든지 했어야지, 분양 후 지자체에서 끝까지 책임진다는 보장 있나"라며 "유기견, 유기묘 정책도 급하지만, 데리고 있는 아기들부터 책임 지셔야 할 듯"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자체 분양 시 관리가 소홀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 지난 3일 "그런 것을 다 감안해 어디로 보낼지 정해지면 촘촘하게 관리를 부탁하실 것"이라며 풍산개 7마리에 대한 동물 등록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개를 지자체나 동물원에 분양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반려동물을 기를 때의 조건을 잘 지킨다는 것이고, 키우는 동물을 중성화시키는 것이 보호자의 기본"이라며 "지난해만 해도 13만 마리 이상의 유기·유실 동물 발생하고 3분의 1 이상이 입양 안돼서 안락사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들을 하나의 전시, 홍보용으로 지자체에 보내지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개들은 특별한 주인도 없고 사람들과 제대로 교감할 수 없는 환경에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며 "최근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물건이 아닌 동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외교 방식도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어떤 행동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 반려동물 분양은 신중하고 책임 있게 접근해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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