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 시간여 진행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당 총서기)의 연설이었다. 어느새 세계 주요 2개국(G2)의 자리에 올라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커버린 중국. 그런 중국의 강력한 지도자가 내놓을 메시지를 통해 향후 몇년간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에겐 치욕적인 역사로 치부되는 아편전쟁까지 언급한 시 주석의 연설은 "중국은 더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마무리됐다."중국을 괴롭히면 14억 인민이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가 흘릴 것"이라는 끔찍한 말도 남겼다. 서방 언론들은 즉시 "미국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시 주석의 연설로 이제 앞으로 중국이 어떠한 길을 걸을 것인지는 보다 명백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최대한 압박한다는 대중국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시주석은 소위 ‘민주주의 국가들’이 아무리 중국을 포위하더라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을 놓고 "이웃 국가와 민주주의 세계, 일반적인 인간의 자유에 더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바다 하나를 건너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에 중국은 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중안미(經中安美·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라는 정책을 유지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줄타기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안보분야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중국이 작정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경우 한국은 그 전장의 한가운데에 설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짓밟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홍콩의 반중 성향 빈과일보는 중국의 압박에 결국 폐간의 길을 선택했다. 신장 위구르족 탄압은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은 중국의 비호 속에서 여전히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과거 정권부터 현 문재인 정부 할 것 없이 중국은 커다란 숙제였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큰 산’이라 비유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시 주석은 공산당 100주년 연설에서 여러 차례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중국은 4대 문명의 발생지로 인류 역사에서 주변 국가들에도 큰 영향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력과 군사력을 동원해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중국의 모습은 결코 대국이라고 할 수 없다. 그보다는 피에 굶주린 늑대의 모습에 가깝다. 오죽하면 중국 외교를 일컬어 전랑(戰狼) 외교라고 했을까. 시 주석의 공산당 100주년 연설은 앞으로도 이 같은 중국의 태도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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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규제 당국은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자국 인터넷 기업들마저도 사정권안에 포함시켰다. 공산당 100주년 행사가 끝나자 마자 ‘중국판 우버’라고 불리는 디디추싱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앱스토어에서 앱을 삭제하고 신규 가입마저 중단시켜 버렸다. 이 기업들을 믿고 투자했던 각국 투자자들은 일순간에 혼란에 빠졌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인과 기업의 성장보다는 국가 통제가 우선인 국가, 중국이 바로 그런 나라다.
강희종 국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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