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한국 부자의 자산관리법을 분석한 ‘2020 한국부자 보고서’ 발간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한국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 수는 35만4000명으로 10년 동안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KB금융그룹이 한국 부자의 현황과 자산운용 방법 등을 분석해 발간한 ‘2020 한국부자(富者)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6만명이던 한국의 부자 수는 2019년에 35만4000명으로 10년만에 2.2배로 증가했다. 매년 9.2%씩 늘어난 수치로, 세계 부자 수가 같은 기간 중 매년 6.8%씩 늘어나고 한국 전체인구가 4.3%(연평균 0.47%) 증가한데 비해 높은 증가세다.
한국 부자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45.8%인 16만2000명이 서울에 살고 있으며, 경기(7만 7000명), 부산(2만5000명), 대구(1만6000명), 인천(1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부자들의 총금융자산 규모는 1158조원에서 2154조원으로 1.9배 증가했다. 전체 가계의 금융자산 중 부자의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0년 53%에서 2019년 57.3%로 부자들의 부 집중도가 4.3%p 상승했다.
한국 부자의 보유 자산 중 50% 이상은 부동산자산, 40% 내외가 금융자산에 해당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010년대 중반부터 강세로 전환되면서 부자들이 보유한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부자의 자산 중 금융자산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이, 부동산자산은 거주용과 투자용 주택의 비중이 증가한 점이 특징이다. 2011년 대비 2020년에 부자의 금융자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p 증가했고 주식, 펀드의 비중은 각각 9%p, 11%p 감소했다. 부동산 자산 중에서는 총자산 50억원미만 부자들은 10년 전에 비해 ‘거주용주택’의 자산 비중이 증가했고, 50억원이상 부자들은 ‘투자용 주택’의 자산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2019년 말 35만4000명에 이르는 한국 부자가 부(富)를 이룰 수 있었던 가장 주된 원천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업수익(37.5%)으로, 2011년 주된 원천으로 ‘부동산투자’를 선택한 경우가 45.8%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2011년 이전 부동산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부동산투자가 부의 원천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2010년대 벤처와 스타트업 붐에 따른 성공사례가 나타나면서 사업수익으로 부의 원천이 변화된 영향을 받았다.
부자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 50억→70억 높아져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2020년 중간값 기준 70억원으로 10년 전 50억원에 비해 1.4배 증가했다. 물가 상승, 부자 수 증가 등으로 부자의 기준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부자들의 투자에 대한 가치관도 10년 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거주 주택의 마련보다는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과 투자판단에 있어 전문가 의견에 대한 의존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의한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증가했다.
이는 주거 기회비용을 회피해 다른 고수익 투자처에 먼저 투자하겠다는 의도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는 하지만 투자결정에 참고하려는 의도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부자가 보유한 총자산 규모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는데, 총자산이 많을수록 고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과 본인의 책임하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 50억원이상 부자들은 10년전에 비해 본인의 책임하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10.4%p가 높아져 50억원미만 부자들의 7.5%p 증가한 데 비해 상승 폭이 컸다.
조사 대상 부자들 중 80%가 거주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가(44.3%), 일반 아파트(41.5%), 토지·임야 (39.0%) 순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금융자산 30억 미만 부자의 경우 일반 아파트(37.4%)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상가(36.6%)와 토지·임야(34.9%) 보유 응답이 근소한 차이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금융자산 30억이상의 경우 상가(64.8%)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이 일반 아파트(52.3%)와 토지·임야(50%) 대비 상대적으로 높았다.
2020년에도 금융상품은 '유지' 모드
장기적 유망 투자처는 '주식'
부자들은 2020년에 금융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주식’과 ‘예적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상품에서 80~90%대의 유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작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저성장 기조 확대 등으로 부자들이 탐색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지 계획에 비해서는 낮은 비중이지만 ‘주식’에 대해서 투자 확대 계획을 가진 경우가 24.5%, ‘예적금’이 17.8%로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확대 계획을 나타내고 있다.
부자가 생각하는 장기적으로 가장 유망한 금융투자처는 주식이다. 유망 금융상품 투자처를 1순위만 선택한 경우 주식이 57.1%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연금,변액, 변액유니버셜 등의 투자·저축성 보험(17.6%), ELS나 DLS가 포함된 펀드(14.3%)가 이었다.
부자들도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 부자의 30.5%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를, 27.5%는 자산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감소를 경험한 부자 가구들은 평균적으로 월 소득이 21.3% 감소했다. 금융자산 30억원 미만 부자는 평균 22.0%, 금융자산 30억원이상 부자는 평균 18.3%의 소득감소가 나타나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감소율이 낮았다.
지금 뜨는 뉴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4명 중 1명의 부자가 종합 자산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손실을 경험한 부자들의 평균적인 손실률은 14.2%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와중에도 6.5%의 부자들은 종합 자산가치가 상승하였는데,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2.9%로 손실률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가 전체적으로 자산가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