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극장 내 집처럼…일부 관람객들 비매너 심각
동행인과 떠들거나 휴대전화 사용도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 영화계 종사자인 직장인 A 씨는 최근 영화관을 방문했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같은 상영관에 있던 관람객들이 크게 떠들며 관람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앞 열에 앉아있던 커플에게 '조금만 목소리를 줄여달라'고 항의했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면서 "업무차 영화관에 간 것이었는데 집중도 못 하고 두 시간 내내 스트레스만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부함에 따라 시민들이 감염 위험이 높은 다중 시설 이용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가까이 붙어 앉아야 하는 데다, 매 상영 시마다 상영관 내부를 소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집단감염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텅 빈 영화관에서 몇몇 소수의 관객들만 관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일부 관람객들의 '관크' 행위다. '관크'는 '관객'과 '크리티컬'(critical)의 조어인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관크의 예시로는 ▲동행인과 떠들며 소음유발 ▲상영 도중 핸드폰을 사용하는 '폰딧불이' ▲자신이 예매한 좌석이 아닌 다른 좌석으로 옮겨 다니는 '메뚜기족' ▲상영 중 인증사진 촬영 등이 있다. 타인의 관람에 영향을 미치는 비매너 행위를 통칭하는 셈이다.
12일 영확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6일 일일 영화 관객 수는 1만5725명을 기록했다. 이날부터 지난 10일까지 닷새째 하루 총 관객 수는 1만 명대에 머물렀다. 주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토요일인 11일 총 관객 수는 4만170명으로 집계됐다.
통상 3~4월은 국내 극장가 비수기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는 지난해 일일 관객 수의 반도 안 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첫 주·둘째 주의 경우 평일 관객 수 10~20만대, 주말 관객 수 또한 40~50만대를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관들은 각종 기획전과 재개봉 등으로 관객 유치에 힘쓰는 한편,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예매 좌석을 제한하는 '좌석 간 거리 두기'를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CGV와 메가박스는 홀수 또는 짝수 열 좌석을 막아 관객들로 하여금 앞뒤 좌석을 띄어 앉도록 하고 있다. 롯데시네마와 씨네Q의 경우 이미 예매된 좌석과 거리를 두고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예매를 제한하고 있다.
또 일부 상영관에서는 만일에 대비해 입장 시 이름과 연락처 등 기본 정보를 기록하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일부 관객들은 "사람이 없으니 관크가 더욱 기승"이라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항의하는 관객들 간 싸움으로도 번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B(31) 씨는 "관크를 자주 경험하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도가 더 심해진 것 같다"면서 "최근에는 영화관에서 관객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B 씨는 "한 명이 상영 내내 핸드폰을 쓰더라. 제 자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핸드폰 화면이 밝다 보니 방해가 되긴 했다. 결국 주변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이 한마디 했는데 그게 싸움으로 번졌다"며 "주변에 눈치 볼 사람이 없으니 비매너 행위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뻔뻔하다"고 덧붙였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위법 행위가 아닐 경우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음이나 핸드폰 사용 등 행위에 대해서는 주의를 줄 수는 있으나 강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영화 장면 일부를 촬영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기 때문에 확인하는 대로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참여를 거듭 당부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신규 확진 규모 감소에 일희일비하거나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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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방역총괄반장은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인구가 밀집한 지역사회와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다수의 감염이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주말 꽃구경 명소, 선거 유세 장소, 부활절 종교행사가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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