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노래방 도우미 등 사생활 노출…무분별한 인신공격
자택에만 머무른 확진자들엔 개념인·모범사례 칭찬 쏟아져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에서 오는 절망감과 치료 기간 중 격리 수용되는 답답함은 물론 자신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사생활이 전국에 알려지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현재 전국 자방자치단체들은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의 모든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확진자가 날짜ㆍ시간대별로 이동한 경로와 방문 장소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해당 시간에 해당 장소를 방문한 이들 가운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동선이 워낙 구체적으로 알려지다보니 확진자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동선에 따라 확진자에 대한 무분별한 인성평가까지 이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월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던 3번 확진자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초기 '슈퍼 전파자'로 지목됐던 이 남성은 서울 도심의 성형외과와 호텔을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때 '불륜남'이란 손가락질을 받았다. 남성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나온 억측들이 어느샌가 사실이 돼버렸다. 3번 확진자는 치료 후 퇴원하면서 병원 측을 통해 "잊혀진 존재로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특정 시간대에 노래방을 수차례 방문한 한 여성 확진자에 대해서는 '노래방 도우미'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부산에서 발생한 확진자 중 일부는 모텔 방문 기록 등이 공개되면서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된 것도 모자라 '바람을 피운' 파렴치한 사람들로 몰리기도 했다.
이에 반해 증상이 발현된 이후 자택에만 머무르거나 이동 거리가 짧은 확진자들은 영웅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특히 국내 2번 확진자의 경우 중국을 다녀온 후 본인이 알아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가, 증상이 나타나자 보건소로 가 검사를 받고 입원을 한 동선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의 칭찬이 잇따랐다. 이처럼 사실상 이동 경로가 없다시피 한 확진자들에 대해서는 '개념인', '모범사례' 등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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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동선만으로 특정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학과)는 "이동 경로를 떠나서 확진자들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가 차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할 문제이지, 확진자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 공격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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