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끝까지 살아남기' 즉, 기업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자체가 기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역시 기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생존과 이윤 추구를 위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가격정책, 유통과 마케팅 전략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습니다. 수익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제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보다 더 나은 제품을 출시해 돌파구를 찾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고 오히려 '이윤'의 일부를 포기하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기업도 있습니다. 국내 배달업에서 황제의 자리에 등극한 '(주)우아한형제들'도 그 중 하나입니다. (주)우아한형제들은 음식 주문·결제 앱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15년 8월 배달의민족 앱으로 주문·결제하면 음식점 주인들에게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합니다. 당시 영업이익이 적자였던 회사의 황당한 선언에 경쟁사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음식점 주인들과 앱 사용자들은 흐뭇했겠지만 수수료 수익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윤 추구를 위한 강력한 무기 하나를 버린 적자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2014년 매출액 290억원 가운데 수수료 수익이 90억원에 달했으니 이런 '어리석은 선택'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봉진 (주)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것. 이것이 푸드테크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매출 좀 까먹을 수 있겠지만 설렙니다"라면서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늘 새롭게 'Start'하는 것이 '業'인 사람들 아닙니까?"라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그냥 마음씨 좋은 동네 배달아저씨 같았습니다. 그런데 걱정했던 이 회사의 매출은 수수료 0원을 발표한 그해 495억원으로 전년대비 1.6배 정도 증가합니다. 2017년 매출은 1626억원으로 수수료를 받던 때보다 6배나 늘어나는 반전이 일어난 것이지요. 영업이익도 2016년에 흑자로 돌아서고, 월간 주문 건수는 2014년 500만 건이던 것이 지난해 2000만건 돌파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의 기업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특이하게 고급을 버리고 평범한 제품을 추구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2011년 창업한 미국의 스타트업 '달러셰이브클럽(DSC, DollarShaveClub)'은 면도기 '구독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잡지를 구독하는 것처럼 매달 면도기를 배달했습니다.
면도기 하면 '질레트'를 떠올리던 시절에 DSC 창업자인 마이클 더빈은 '면도기는 비쌀 필요도, 지나치게 좋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성들이 저렴한 가격에 매달 새 면도기를 사용하도록 해주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창업합니다.
DSC는 저렴한 가격에 상자에 예쁘게 포장된 품질 좋은 면도기를 매달 집까지 배달해줍니다. 5달러짜리 면도기를 주문하면 4개의 면도날과 셰이브버터가 함께 옵니다. 4중날, 6중날 등 면도날의 숫자와 샴푸 등 부가제품을 함께 받느냐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1달러 제품을 제외한 다른 면도기 제품은 모두 배송비가 면제되는 가성비 높은 서비스입니다.
당시 면도기 1위 회사 질레트는 면도날 제조기술 발달로 더 이상 좋은 품질의 면도기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에도, 새로운 기술의 면도기를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개발비를 쏟아 붓고 있었지요. 반면, DSC는 창업 4년만인 2015년 면도기 시장 점유율 10% 달성하고, 2016년에는 세계 생활용품 2위 업체인 유니레버에 10억 달러(한화 1조 원)에 인수됩니다. 날개를 얻은 DSC는 2017년 온라인 판매시장 점유율 47%를 기록하면서 질레트(23%)를 제칩니다.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유니레버가 DSC를 인수할 때 "우리는 이 회사의 스토리와 고객 관계에 투자한고 밝혔습니다. 이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봉진 대표의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것이 푸드테크의 본질"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요?
고사양 신제품과 음식점 점주로부터 받을 수 있던 수수료를 포기하는 대신 '본질적인 고객 가치(customer value proposition)'를 챙긴 것을 고객들이 멋지게 보답한 것이지요. 두 기업의 신선한 역발상을 지금 우리 회사에도 접목해보면 어떨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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