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한국편의점산업협회 오늘(4일) 자율규약 협약식
편의점 사실상 ‘100m 거리 제한’ 규정 시행
문재인 대통령 편의점 과밀화 해소 지시 일주일만에 입장 바꾼 공정위
후발주자 시장 진입 불가능…신규 출점 못하면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신규 편의점 출점을 막기 위한 ‘거리 제한’ 규정이 18년 만에 부활하면서 논란이다. 무분별한 출점을 막아 편의점주들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잇따른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나서 불공정 거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편의점 업계의 근접 출점 자제 방안이 담긴 자율규약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달 30일 편의점협회가 마련한 자율규약안을 승인한데 따른 것으로, 편의점 신규 출점 거리 제한을 다른 브랜드에도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현재 같은 브랜드는 250m 거리 안에서 출점을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간 근접 출점을 막는 규정은 없다.
자율규약은 협회 소속인 CU와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개 편의점 가맹본부는 물론, 신세계 계열의 이마트24가 참여했다. 이들 6개 편의점 가맹본부는 신규 출점시 개점 예정지 상권 입지의 특성과 유동인구수, 담배 소매인 지정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출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담배 판매는 도시의 경우 50m, 농촌은 100m 거리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담배 판매권 거리 제한은 각 자치구의 규칙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서울시가 최근 50m를 100m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만큼 편의점도 ‘100m 거리 제한’을 따르게 될 전망이다. 사실상 ‘100m 거리 제한’ 규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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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편의점 업계는 1994년 ‘80m 거리 제한’에서 출점을 못하도록 한 자율규약을 제정해 시행했으나 2000년 공정위로부터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고 중단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2년 연속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편의점주들이 거세게 반발, 사실상 ‘거리 제한’ 규제가 부활한 것이다. 당초 공정위는 편의점 업계가 지난 7월 ‘80m 거리 제한’ 규정이 담긴 자율규약안을 마련해 심사를 요청했지만, 이같은 자율규약이 ‘담합’이라는 이유로 심사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7일 편의점 과밀해소 대책을 지시하자, 공정위가 일주일여만에 입장을 바꿨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급격한 성장 이면에 과도한 출점경쟁으로 같은 건물 내에 여러 개의 편의점이 출점하기도 했다”면서 “업계가 오늘 발표한 규약 내용에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이 잘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거리 제한 자율규정이 시행되면 창업 문턱이 높아져 기존 편의점들이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후발 편의점 사업자들이 확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조성하는 업무를 맡은 공정위가 되려 불공정 거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편의점 창업을 희망할 경우 웃돈을 얹어주고 인수해야 하는 만큼 기존 점주들만 로또(복권)에 당첨된 상황”이라며 “24시 운영되는 편의점 한 개가 생길 때마다 적어도 2~3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와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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