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봄철 대표 별미인 주꾸미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5월부터 8월까지 '금어기'까지 신설됐다. 일단 2010년대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엘리뇨, 라니냐와 같은 기상이변에 따라 해수온도 변동이 심해지면서 오징어를 비롯한 두족류 어종 대부분의 어획량이 급감했다. 더구나 산란철인 3월과 4월이 제철인 주꾸미는 이른바 '알주꾸미'가 별미로 불리며 남획되면서 국내 연안에서 거의 고갈된 상태다.
해양수산부는 3일 주꾸미 금어기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올해부터 매년 5월11일부터 8월31일까지 주꾸미 어획행위가 완전히 금지되며, 위반시 2년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해수부가 금어기까지 신설할만큼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주꾸미 어획량이 그만큼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꾸미 어획량은 3400톤(t) 수준으로 1990년대에 비해 절반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 어획량도 2013년 이후 2000톤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산란장 및 서식장 조성으로 전년대비 1000톤 이상 증가시킨 수치다.
하지만 이번 금어기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주꾸미 어획량 감소의 주요 이유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3월과 4월에 걸쳐 이어지는 이른바 '알주꾸미 남획'이기 때문이다. 알이 꽉찬 주꾸미는 봄철 별미로 인기가 높은데다 주꾸미알 자체도 고급 초밥재료로 인기라서 수요가 많다. 산란철에 많이 잡다보니 여러 노력에도 개체 수 증가 속도가 더뎌지면서 어획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5월 이후 시작되는 주꾸미 금어기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란 것.

사실 5월에서 8월까지는 주꾸미 조업이나 낚시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주꾸미는 주로 9월에는 낚시가 인기고, 봄철에는 어선 조업을 통해 잡아온 개체들이 식탁 위네 오른다. 조업 어민들과 낚시배 어민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5월 중순에서 8월 금어기는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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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주꾸미 금어기 기간 지정문제로 앞서 한차례 소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15년, 당시 해수부는 5월1일부터 8월31일까지를 주꾸미 금어기로 지정하려 했으나, 어민들이 반발하면서 6월1일에서 10월31일로 조정키로 했으나, 다시 낚시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금어기 지정 자체가 실패로 돌아갔었다.
다만 낚시 애호가들의 반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주꾸미 금어기기간 정정요청'이 올라온 상태다. 해당 게시글에는 "늘어난 낚시인들로 어획량이 줄었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 원인인 산란철 주꾸미를 잡지 말아야합니다"라며 주꾸미 금어기를 3월~8월로 정정해주길 바란다고 나와있다. 해당 청원에는 4일 현재까지 2474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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