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수준 中 3위·韓 5위…"투자 안하면 GDP 성장률 0%"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2년 전인 2016년 3월9일,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첫바둑 대결에서 패했다. '우주보다 큰 세계'로 불리며 인류의 지성(知性)을 자부했던 바둑에서 당한 패배는 이세돌의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패배였고, AI에 대한 공포였다. 이세돌은 5번의 대국 중 한 번 '신의 수'로 승리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중국의 커제 9단에게 3번기 전패의 굴욕을 안기고 유유히 은퇴했다. 알파고가 던진 충격은 세계 각국이 AI 기술 경쟁에 나서는 촉매제가 됐다. 이세돌의 1승에 의미를 부여했던 한국도, 커제의 전패에 허탈했던 중국도 AI에 매진했다. '알파고 쇼크' 이후 2년 동안 일어난 변화를 되짚어봤다.
◆중국에 따라잡힌 한국 AI=알파고에게 당한 패배를 공유했지만 현재 한국과 중국의 AI 산업 양상은 다르다. 정부가 주도해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한 중국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한국의 발전 속도는 더딘 것으로 평가됐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최근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주요기술 대상 기술수준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AI 기술은 전문가 평가와 논문평가에서 각각 5위를 기록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3위에 오른 중국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AI 관련 논문과 특허 추세에서 한국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반면 중국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논문의 경우 1위인 미국과 유사하고 특허는 이미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조사에서도 최근 20년간 발표한 인공지능 논문은 중국이 13만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 약 1만9000건으로 11위에 그쳤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2015년 이래 매년 30%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는 전년 대비 51.2% 성장한 152억1000만 위안 수준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는 중국의 AI 기술 발전이 매년 경제성장률을 0.8~1.4%포인트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세의 바탕에는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1월 AI 개방 플랫폼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는데 여기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한국, AI 투자 안하면 GDP 성장률 0%=중국에 비해 한국의 AI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다른 나라보다 투자 규모가 작은 편이며 중장기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꼽았다. 이 같이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미흡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크리스토퍼 클라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수석에디터는 'AI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우리나라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7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분야에 전혀 투자하지 않을 경우 연평균 GDP 성장률은 0.02%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AI는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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