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A '올해의 인물' 선정된 봉준호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는 대량생산 시스템이 문제"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국제 동물보호단체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이 4일 봉준호 감독(48)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가 연출한 '옥자'는 다국적 식품산업의 비윤리성에 대한 저항을 통해 자본주의의 독재를 비판한다. 순박한 아이와 동물의 교감으로 정서적 감흥을 유도한다. 미자(안서현)와 유전자변형 슈퍼 암퇘지인 옥자의 사랑이다. 강원도 산골에서 10년간 함께 자라며 친구이자 가족이 된다.
PETA는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구가 있고, 다양한 감정을 지닌 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잘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야기에 감동하고 현실에서 돼지가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동물을 먹지 않음으로써 동물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 대다수는 '앞으로 고기를 먹기가 불편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미자와 옥자의 사랑 때문이 아니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공장에서 고기가 되어 가는 슈퍼돼지 수백 마리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후유증이다.
봉 감독은 "옥자를 준비하면서 거대한 도살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하루에 소 5000마리를 도살한다. 옥자 후반부를 보고 무섭고 충격적이라는 분이 있지만, 실제 본 것은 영화보다 스무 배나 서른 배 끔찍했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동물을 사랑하지만 그 이면을 마주하는데 불편해한다. 경계를 허물고 싶어 미자와 옥자 앞을 가로막는 장애의 정점에 도살장을 배치했다. 사랑하는 존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다름없는 곳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통해 관객을 불편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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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이 인간과 동물을 동등한 존재로 보는 시각의 원천은 평소 즐겨보는 SBS 교양프로그램 'TV 동물농장'이다. 봉 감독은 "인간과 동물을 하나의 테두리에 묶고 다양한 사연을 소개한다. 대부분 대등한 존재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옥자에서 소통의 매개체로는 귀엣말이 나온다. 초반에는 미자가 옥자에게, 후반에는 옥자가 미자에게 속삭인다. 정겨운 모습에 미자의 할아버지 희봉(변희봉)은 닭장에 갇힌 닭들을 방생한다. 생선국이나 닭백숙이 오르던 밥상도 상추, 오이, 고추 등 채소로 채운다.
그 틈에는 삶은 계란도 있다. 봉 감독은 "비건패션(우유나 달걀까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을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연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을 만큼 동물을 잡아먹었다. 대량생산 시스템은 최근의 일이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한다"고 했다. 이어 "육식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우리는 최신식의 홀로코스트 상황을 목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의 생각과 달리 PETA는 1980년부터 동물을 먹지도, 입지도, 실험하지도 말 것을 주장해온 단체다. 미국 버지니아 주 노퍽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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