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공격 임박했다고 판단한 김정은, 선제공격 나설 수도"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북핵 위협과 관련해 잇달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호한 발언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오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사일 전문가인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소재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수께끼 같은 위협이 김정은의 계산 착오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군 수뇌부와 북한ㆍ이란 문제 등을 논의한 뒤 "폭풍 전 고요"라고 말한 데 이어 7일 트위터에서 대북 대화ㆍ협상 무용론을 거론하며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폭풍 전 고요'와 '한 가지'가 도대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아 해석이 분분하다.
루이스 연구원은 "이게 대체 뭐냐"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문법적으로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두려워할 경우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명령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오판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소재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의 마이클 매든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보다 미국과 외부 세계에 대해 훨씬 정교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를 오산하진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끊임없이 모호한 혹은 공격적인 언사들을 쏟아내는 걸까.
미 매사추세츠주 소재 애머스트대학의 하비에르 코랄레스 정치학 교수는 8일자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와 관련해 증오가 담긴 언사로 상대 진영이 더 많은 증오로 대응하도록 자극하고 이로써 상대 진영의 '극단적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면 자기의 정치적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랄레스 교수는 "상대 진영이 극단적인 태도로 나오면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과 이도 저도 아니었던 중도층을 한 데 묶는 효과로 이어져 선거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택한 무기"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도발적 전술로 증오를 이용하는 것은 사회주의 지도자들이 계급투쟁에서 택해온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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