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제72차 유엔(UN) 총회에서 만난 한·미·일 삼국 정상이 대북제재에 대한 공조를 재확인하면서 대북압박을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번 유엔총회를 통해 세 나라의 대북 해법에 대한 의견수렴과 공조강화 선언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앞선 유엔연설에서 각자 '평화'와 '완전한 파괴', '압박'을 북핵해법으로 강조했던 정상들의 의견차이를 좁혀나가야한다는 과제 역시 생겼다.
지난 18일부터 3박 5일간 걸쳐 실시된 유엔총회에서 가장 큰 핵심 이슈는 역시 북핵문제 해법이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자연히 세계의 이목은 한·미·일 삼국 정상의 입으로 쏠렸다.
먼저 세계의 관심을 끈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강력한 힘과 인내심을 갖고 있지만 미국 스스로와 동맹국들을 방어해야한다면 어쩔 수 없이 북한을 완전 파괴할 것"이라며 북핵 위협에 대한 '파괴'를 강조했다. 미국이 대북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고 한반도 내 강력한 전략자산들을 전개하는 현 상황에서 이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 이상의 힘을 드러냈다. 북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강경한 반응을 보이면서 성명까지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강경한 분위기를 다소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공화당의 상징적 인물인 레이건을 인용했다.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말을 모두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전파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를 톤다운 시키면서도 미국의 입장 또한 일정수준 대변하는 수사로 평가받는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속적인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대화는 북한이 상대를 속이고 시간을 벌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며 "모든 나라가 유엔 제재를 엄격하고 철저히 지켜야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은연 중 압박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북한과의 대화는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계속 돼 왔지만 단 한번도 성과를 낸 적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압박을 이어가야한다는 것.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인도지원 결의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이후 나온 발언이라 앞으로 한일간 대북해법에 대한 이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에서는 20일 (현지시간) 유엔 사무총장 주최로 열린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나눈 대화를 보도하며 미·일간 대북해법과 한국의 대북해법 사이의 충돌 가능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총리에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도록 권했으며 북한을 봉쇄하려면 힘이 필요한데 아베 총리는 힘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힘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
이처럼 이번 유엔총회를 통해 미·일과 북핵 해법 조율도 과제로 남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실질적인 북한의 경제적 '목줄'을 쥐고 있다고 평가되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일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 대회 준비로 이번 유엔총회에 불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사 훈련을 참관을 핑계삼아 역시 이번 총회에 오지 않았다. 이는 한미일 삼국 공조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운 모양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앞으로 우리 외교의 숙제로 남게 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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