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 대응에 신중…"WTO 中 제소는 옵션, 사용하고 나면 카드 아니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쳬계(THAAD·사드) 보복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통상현안 브리핑을 열고 "사용하고 나면 협상카드가 아니다. WTO에 제소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하나의 카드로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다음달 열리는 WTO 서비스무역이사회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또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상 해양세력(미국)과 긴밀한 관계도 중요하지만 대륙세력(중국, 러시아 등)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해서는 "무역적자를 줄여달라는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과 관련해서도 "법이라는 것은 항상 해석이 일방적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양쪽으로 다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표현한 것인데, 중국과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최근 한·미 FTA 개정과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통상정책의 골격을 예고한 셈이다.
김 본부장은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로였다"며 "해양세력과 긴밀히 협조하는 통상정책을 펼쳤고 부를 쌓아왔다. 앞으로는 대륙세력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한·중 FTA 개방률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국의 인천, 중국의 상해와 같이 자유무역지대를 활용한 도시 대 도시 연합으로 서로의 화폐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기업이 동시 상장도 하는 제도 등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중 FTA 2단계(서비스·투자) 협상과 관련해서는 "서비스 시장 개방은 양국 간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다음달 중국 당대회 이후에 봐서 해결할 것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양국 정부는 2015년 12월 한·중 FTA을 발효하면서 2년 안에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아울러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연합(EAEU)과의 FTA체결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통상은 큰 틀에서 보면 산업·에너지·무역·투자를 섞어서 국부를 늘리는 것"이라며 "EAEU는 1억8500만명의 시장으로, FTA를 체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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