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제재 구멍 숭숭…北, 중국으로 석탄수출 막히자 동남아로 변경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유엔 회원국들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데다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지적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내용이 담긴 전문가 패널의 중간 보고서가 최근 안보리에 제출됐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북제재위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따라 설치된 기구다. 대북제재위는 대북제재 결의 위반 관련 정보를 검토하고 90일마다 권고안이 담긴 보고서도 안보리에 제출한다. 핵심 실무는 각국에서 파견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이 담당한다.
전문가 패널의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제재 결의에서 금한 석탄ㆍ철ㆍ아연 수출로 2억7000만달러(약 3050억원)를 벌어들였다. 수출 물량은 대부분 중국으로 향했다.
게다가 북한은 중국이 지난 2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히자 제3국 수출 우회로 개척도 시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석탄 수출지를 중국에서 말레이시아ㆍ베트남으로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패널은 또 중국 기업이 설립ㆍ운영ㆍ소유하고 있다는 몇몇 은행의 경우 실질적 소유권은 북한에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은 화학무기ㆍ탄도미사일ㆍ재래무기 등과 관련된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와 시리아 정부기관의 커넥션 의혹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인 6일 안보리에 제안한 새 대북제재 결의안의 통과 여부 및 시기가 중국ㆍ러시아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는 원유수출 금지, 해외 금융자산 동결, 노동자 해외 송출 금지, 섬유제품 수출 금지 등 강력한 내용이 담겼다.
금융자산 동결 대상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사진),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개인 5명과 북한 고려항공 등 7개 기관이 포함됐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이른바 '혁명자금'이 스위스ㆍ홍콩ㆍ중동 등 다양한 금융기관의 가명계좌에 총 30억~50억달러나 숨겨져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혁명자금이란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통치를 위해 사용해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당 간부들에게 선물하는 고급시계, 전자제품 , 로열 패밀리의 사치품 구입에 사용한다. 일부는 핵ㆍ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집권 당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개인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결의안 초안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새로운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안보리가 북한에 추가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필요 조치도 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만 밝혔다.
이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도 "미국이 제안한 대북 결의안을 일단 검토해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미국은 오는 11일 새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안 채택에는 중국ㆍ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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