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中 사드보복, 美 FTA 재협상…소비부진, 부동산침체, 기업경영 우려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밖으로는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안보 위기 고조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북한-중국-미국 벨트에 고립됐다. 저출산·고령화로 날이 갈수록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내수의 버팀목이었던 부동산시장의 열기도 꺼져가고 있다. 경제성장을 주도해야 할 기업들은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통상임금 논란,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각종 규제마저 강화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오는 9일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인 이른바 9·9절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6차 핵실험에 이어 오는 9일부터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 사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9일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일 종가 68.24bp를 기록한 뒤 6일 오전 8시57분 현재 66.99bp를 보였다.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의 영향으로 당분간 65bp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노무라는 "이번 핵실험은 기존 예상 시나리오를 뛰어넘는 것"이라며 "당분간 외교적 해결은 제한적으로 보이며 미국의 군사개입 위험이 더욱 상승했다"고 전망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이번주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반발한 중국의 경제 보복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 한류 드라마 중단, 중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 제한 등에 이어 추가적인 보복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28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9.3%나 줄었다.
한·미 FTA 재협상을 두고 미국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다음 주부터 논의하겠다"며 우리 정부를 몰아부쳤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5일 "한미 FTA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개정 협상을 희망한다"며 수위를 낮췄지만, 언제든 통상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특히 미국산 무기 구매 등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비용 분담에 우리 정부가 주저할 경우 FTA 재협상으로 불똥일 튈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소비가 가장 큰 문제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 분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로 2015년 4분기의 1.5%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저성장 국면에 본격 진입함에 따라 일시적인 소비회복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정부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에 들어가고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내수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있지만, 소비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와 이를 잡기 위한 부동산 억제 대책도 경기부양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1388조원으로 최근 14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해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을 모두 잡겠다는 구상이다. 5일에는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로 지정했다. 이에도 불구,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며 집값을 올리는 풍선효과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인 채 투기수요와 숨박꼭질을 지속할 경우, 저신용 서민·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밀려나는 결과만 낳을 수도 있다.
기업들에게 한꺼번에 지워진 비용 부담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부는 내년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실효세율은 종전 17.4%에서 19.4%로 2.0%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고 법원의 통상임금을 둘러싼 판결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기업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 "정부가 수요 주도의 정책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공급일변도에서 탈피한 것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기업을 배제한 소득주도성장론은 세계적으로도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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