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을 손에 넣은 적국과의 전력격차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길이다. 상호간 전쟁 억제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전략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동일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최후의 카드'로 거론되곤 하는 것이 독자 핵무장이다. 만일 최악의 시나리오로 북한의 의도대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될 상황을 가정한다면, 자체 핵무장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핵과 관련한 상당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한국은 만일 자체 핵무장에 나서면 기술적으로는 2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우리나라가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24기로 여기서 확보된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의 주요 원료인 플루토늄은 막대한 양을 얻을 수 있다. 천연 우라늄에서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우라늄 235를 고순도 농축하는 기술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기폭장치와 제반시설을 갖추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나 자본력으로나 북한에 비해 훨씬 월등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무기 개발이 금지된 상황이다. 핵무기 개발에 나서려면 NPT를 탈퇴해야하는데 이 경우 상당한 국제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원전 연료인 우라늄 수입부터 여러 제재를 받는다. 한·미 원자력 협정도 개정해야한다. 지난 2000년에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극소량인 0.2g의 우라늄 농축 실험을 했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에 나서기까지 했다. 그만큼 상당히 규제가 많은 상황이다.
다만 북핵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경우, 자위권을 위해 NPT 탈퇴에 나설 수 있는 여지는 있다. NPT 10조 1항에는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supreme interests)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나와있다. 대신 NPT 조약 체결국 모두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3개월 전에 통보하고 비상사태에 대한 설명을 해야한다. 이것이 받아들여져야만 탈퇴가 가능하다.
또한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과 대만 등 동북아 각국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 실제 한국의 NPT 탈퇴가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로 인해 미국의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검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국내 여론 수렴은 물론 미국과의 협상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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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균형]③최후의 카드인 자체 핵무장, 과연 가능할까?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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