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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官治)에 묻힌 경영논리…은행 생산성 '실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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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官治)에 묻힌 경영논리…은행 생산성 '실험대' 8월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33개 금융사 및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 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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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은행권이 '관치(官治)'에 스스로 묻히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파행됐던 산별교섭 복원을 요구하며 '금융위원회가 책임지라'는 말로 사측 압박에 나섰다. 사측도 마찬가지다. 성과주의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은행장 중 일부는 불과 1년 만에 '말 바꾸기' 행태를 보이며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생산성'은 은행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으로 악화됐다. 그럼에도 노사는 각자의 이유로 논의에 소극적이다. 이 와중에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따른 채용 압박도 심하다. 은행권은 지금과 같은 호봉제(근무 연한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제도) 기반에서 '사람을 뽑으면 뽑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은행권 노사, 다시 강대강…예고된 '재매치'=금융노조는 31일 오후 33개 은행장 및 금융공기업 대표 참석과 함께 산별교섭 재개를 요구했다. 앞서 노조는 두 차례에 걸쳐 교섭을 시도했으나 사측의 전원 불참으로 모두 파행됐다. 지난 28일 양측 대표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사용자협의회장)과 허권 노조위원장이 대대표교섭 형식으로 별도 대화를 나눴으나 여기서도 양측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노조는 이날 은행들이 사용자협의회에 복귀해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은행장 및 기관장들을 노동청에 고소·고발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며 강공을 펼치고 있다. 하 회장의 즉각 퇴진도 요구했다.


반면 사용자협의회 측은 은행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산별교섭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수년간 이어온 산별교섭단체에서 탈퇴까지 한 마당에 이에 대한 논의 없이 다시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1년간 각 금융사가 개별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마무리, 관련 제도를 조금씩 손 본 터라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 일괄 복귀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와중에 일부 은행장은 지난해 입장과는 180도 바뀐 태도로 재빨리 성과연봉제를 폐지, '정부 코드맞추기'에 바쁘다. 임기 만료를 앞두거나 연임 문제가 걸려 있어 다른 은행장들도 쉽사리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성과제' 이대로 폐지?…제도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노사=금융권 노사는 성과연봉제를 놓고 1년이나 '공회전'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 당국이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노조가 전국단위 총파업까지 벌였다. 하지만 노사는 1년 넘게 다투면서도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등의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는 전혀 하지 못했다.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놓고 싸운 셈이다.


사측은 성과주의 철학이 반영된 임금체계 개편이 숙원 과제였던 만큼 정부의 이 같은 '급속 추진'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방적 이사회 통과로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사용자협의회 탈퇴도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 교체가 빨라지면서 급속히 동력을 잃었다. 절차에 발목 잡혀 노조가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도 줄줄이 패소했다.


법원이 최근 성과연봉제 도입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취지는 '제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노사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즉 절차적 부당함 지적한 것일 뿐 성과주의 기반의 임금체계 개편은 여전히 노사 테이블 밑에 있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노동계에서도 성과주의가 합리적으로 마련되기만 한다면 대화할 의지가 있고, 시대 흐름에 따른 호봉제 개선 역시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노사갈등 책임자의 퇴진 등 '적폐 청산'이 우선"이라고 못 박았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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