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세탁' 등 조세 회피 엄정 대응
감면 받은 세금 모두 추징할 방침
과세 당국이 이른바 '주소 세탁'을 통한 조세회피 행위 등에 칼을 빼 들었다.
최근 국세청은 공제·감면 제도를 악용한 조세회피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세액감면, 고용증대세액공제 등을 사후 관리한 결과 지난해 법인 2900건, 개인 649명이 부당하게 공제·감면받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세청은 법인에 1624억원, 개인에 125억원 등 모두 1749억원을 추징했다. ▲2021년 544억원 ▲2022년 712억원에서 추징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일례로 유튜버 A씨는 몇 년간 10억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 창업하면 5년간 소득세 100%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선 실제 사업장은 서울인데도 경기 용인시 한 공유오피스에 사업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A씨가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창업 감면으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주변인이 과세 당국에 제보했다. 관할 세무서가 확인한 결과 A씨가 사업자 등록한 공유오피스는 1000개가 넘는 사업자가 등록됐으며 분리된 사무공간 없이 주소 세탁을 위해 우편물 수령만 가능한 장소로 드러났다. 세무서는 A씨가 사무실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업자 등록을 직권 폐업했으며, 감면받은 소득세와 가산세를 모두 추징할 방침이다.
이처럼 최근 일부 유튜버·통신판매업자들을 중심으로 높은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율을 적용받고자 경기 용인·인천 송도 등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의 공유오피스에 허위 사업자 등록을 하는 '주소 세탁' 사례가 발견됐다. 국세청은 공유오피스 세원관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밀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많게는 수십억 원씩 버는 유튜버나 1인 방송 BJ 등이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과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청년창업세액감면’ 대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노리는 사례도 있었다. 치과기공업 4개 업체는 연구개발(R&D) 활동에 지출한 인건비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4개 업체 모두 불법 R&D 브로커로 의심되는 동일한 컨설팅 업체와 거래했고, 타사의 논문과 특허 등을 단순히 인용·복제해 허위로 증빙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병·의원 ▲학원 ▲호프집 ▲택시업체 등이 연구소 인정기관으로부터 연구소로 인정받아 R&D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호프집을 포함해 미용실 등 R&D와 관련이 적은 업종이 연구소를 신고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사업장이 세액공제를 신청한 경우 실제 R&D가 있었는지 점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학원 사업자는 동영상 강의 제작이나 마케팅 활동 비용 등으로 R&D 세액공제를 신청하기도 했다"며 "향후 유사 사례를 점검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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