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6년간 이어져 온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선고가 31일 이뤄진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노조,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사측, 재판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산업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를 내린다. 기아차 노조 조합원 2만7459명은 2011년 사측을 상대로 받지 못한 통상임금 6869억원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냈다. 이 소송의 결과가 6년 만에 나오는 것이다.
기아차가 판결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당장 약 3조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은 기아차로선 치명타다. 기아차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소송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운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
통상임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소급지급 관련 신의칙 인정여부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말한다.
2013년 대법원은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임금 수준 등을 결정했다면 이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이전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 요구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다만 소급 지급 시 경영 타격 가능성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기아차는 최근 금호타이어 판결을 보고 기대하는 눈치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임금협상 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러한 노사합의는 일반화돼 이미 관행으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노사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 경우는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2심 선고에서 신의칙이 인정된 만큼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도 재판부가 비슷한 판단을 할 것이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아차가 패소하게 된다면 통상임금 이슈는 전 산업으로 퍼지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포함될 경우 산업계에서 38조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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