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가격 고공행진…"안 오른 채소가 없다"
갓 가격 전년比 138% 치솟고 애호박 72%, 양배추 60% 급등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주부 최진숙(37)씨는 요즘 장을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여름 제철에 저렴해야 될 채소와 과일이 많게는 4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격이 내린 고등어나 젓갈 등으로 반찬을 하고 있는 김씨는 "반값에 판매하는 떨이 시간대에 사도 많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곧 다가올 추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부 김성연(41)씨는 최근 장 보는 시간을 동네 마트 마감 시간인 저녁 7시 이후로 바꿨다. 김씨는 "예전 같으면 영업 종료를 앞두고 떨이 상품이 많이 나왔지만 요즘엔 이마저도 거의 없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채솟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 삼시세끼를 다 해야 하는데 뭘 만들어야 할지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기습 폭우 이후 막바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2일 기준 애호박 1개 가격은 175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1% 급등했다. 양배추 1포기 값도 4599원으로 전년 대비 60.7% 뛰었다. 평년가(2960원) 대비론 55.4% 비싸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금(金)추'로 불리는 상추 가격은 100g당 56.2% 오른 1646원에 거래되고 있다. 평년가 대비로도 53.2% 상승한 값이다. 얼갈이 배추 1kg은 3344원으로 전년보다 40.8% 올랐고 여름이 제철인 갓은 1kg 4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8.7% 폭등했다.
다다기 계통 오이 평균 소매가는 상품 기준 10개당 977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상승했고 무 1개 가격도 46.8% 오른 2894원에 거래되고 있다. 열무값 역시 1kg에 3466원으로 20.4% 올랐다.
같은 기간 양파(1kg 상품ㆍ2028원)는 1년 전보다 25.6% 올랐다. 평년가보다는 20.5% 높다. 수미 감자 100g 상품 소매가는 304원으로 평년보다 36.3% 높다.
시원한 수박 역시 선뜻 사먹기 부담스럽다. 수박 상품 1통의 평균 소매가는 2만854원이다. 일부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서는 1통 3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한다. 오이와 수박 값은 지난달 주산지인 충청ㆍ전북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크게 올랐다. 시설 하우스가 대거 침수됐기 때문이다. 공급량이 줄어든 가운데 수요는 늘어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왔다.
계란 평균 소매가는 살충제 파동 이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15일 사태 발생 후 16, 17일 이틀 동안은 소매가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았다. 유통업체들의 연이은 취급 중단,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른 판매 재개 등 시장이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18일 발표한 계란 한 판(중품 특란) 평균 소매가는 7358원으로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14일 7595원에 비해 뚝 떨어졌다가 직후 거래일인 21일(7445원) 소폭 올랐다. 22일엔 7431원으로 다시 전 거래일보다 감소했다. 계란 평균 소매가는 평년 가격(5588원)보다는 여전히 33.0% 높다. 1년 전 가격(5413원) 대비론 37.3% 비싸졌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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