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14일 151번 탑승…다음 달 30일까지 운행 예정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 버스는 평화의 소녀상 버스입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6시55분, 소녀상을 태운 서울 시내버스 151번이 강북구 우이동 차고지를 출발했다. 이날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기도 하다. 버스에 탄 시민들은 평화의 소녀상이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벌써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은 151번 버스 5대에 설치돼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태운 버스들은 이날부터 추석 연휴 전인 다음 달 30일까지 운행할 예정이다. 버스에 설치된 작품은 2011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만들었다.
151번 버스는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작구 흑석동을 오가는 노선으로 종로구 안국동 근처의 주한 일본대사관을 지난다. 안국동 사거리를 지날 때에는 위안부 피해자 얘기를 그린 영화 '귀향'의 배경음악 '아리랑'이 나온다. 버스 운전기사는 "제 개인적으로 최고의 승객을 모셨다"고 말했다.
안국역에서 이 버스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평화의 소녀상을 보자마자 "아이고, 여기 계시구나"라고 외치며 손을 어루만졌다. 이어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평화의 소녀상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로 희생된 분들을 기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 여고생은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우리 나이 때 소녀들이 위안부로 끌려간 것 아니냐"며 "얼마나 끔찍했을지 생각해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얘기했다.
다음 달 30일 이후 버스에 탄 평화의 소녀상 5점은 대전, 대구, 전주, 목포, 부산 등 5개 도시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기존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게 된다. '귀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관심은 광복절인 15일에도 이어진다. 15일 낮 12시 종로 보신각에서 있을 타종행사에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타종인사로 선정됐다. 여기에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한 김샘 전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도 함께한다.
특히 올해 타종행사에는 일제 강점기 때 군함도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생환한 이인우(93)씨가 참가한다. 또 1989년부터 군함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생존자를 취재해 소설 '군함도'를 쓴 한수산 작가도 보신각 종을 울린다.
보신각 타종행사를 주관하는 서울시는 "타종인사를 선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대별 이슈에 따라 올해는 군함도 관련 인물 2명이 타종인사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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