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를 앞두고 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소송금액이 가장 클 뿐 아니라 인원도 최대 규모라 향후 통상임금 관련 판결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 소송을 포함해 현재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인정 여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5개 기업 중 23곳이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으로 '신의칙 인정 여부(65.7%)'를 꼽았다. '신의칙'이란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이나 방법으로 권리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현재 노조는 상여금 등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임금채권 기한)간 받지 못한 각종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반대로 사측은 지금까지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만큼 신의칙에 따라 과거 분까지 줄 필요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신의칙을 인정받기 위한 3대 요건은 첫째 정기상여금에 관한 청구여야 하고 둘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합의가 존재해야 하며 셋째 추가 임금 청구시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해야 한다.
또한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발생의 판단 근거로 초과근로가 상시 발생하는지, 일정비율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하는지, 기업의 재정 및 경영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질임금인상률이 교섭 당시 인상률을 상회하는지 등으로 판별한다.
기아차는 과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노사합의가 존재하는 등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아차는 월평균 20∼50시간 가량 초과근무와 750%의 높은 상여금 지급률, 급감하는 영업이익률로 인한 적자전환 우려 등 전원합의체 판결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
특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예상되는 실질임금인상률이 매년 20% 이상에 달해 과거 노사합의에 의한 교섭 당시 인상률 (3∼4%)을 무려 5∼6배나 초과, 대법원 신의칙 인정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갑을오토텍의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에서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신의칙을 부정하는 사례도 발생해 산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아시아나 항공, 현대미포조선 등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됐다가 2심에서 신의칙이 인정됐으며 만도, 현대로템 등은 1심에서도 신의칙이 인정됐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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