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시행 위해선 내신 절대평가 필수
내신과 수능 동시 절대평가시엔 변별력 문제 대두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가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등 다른 교육공약을 촉진시킬 방아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주위 학생을 뛰어넘기위한 '1점 경쟁'이 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일정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입시 부담을 던 학생들이 '인기 과목'에 매달리지 않고 원하는 수업을 듣고 진로를 탐색할 시간이 확보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박홍근 경기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은 "입시에 덜 매달릴 수 있게 돼 학생들도, 교사들도 보다 자유롭게 소통하는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며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고교학점제 안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서울 도봉고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이와 비슷한 '과목전면선택제'를 운영하고 있다. 1학년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을 배우고, 2~3학년은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방식이다.
고교학점제의 필수 전제 조건은 내신 절대평가다.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기 위해선 학생들이 내신 유불리를 따지지 않도록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절대평가제의 가장 큰 문제로 변별력이 꼽히고 있는 만큼 교육계에서는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수능절대평가가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과 상충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일선에서는 수능에서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도입하거나 고교 내신 상대평가 등급의 비율 조정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도 이를 우려해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시안'을 발표하며 국어, 수학, 탐구영역에는 절대평가를 도입하지 않는 1안과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2안으로 나눠서 제시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현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면서 1등급의 범위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상대평가를 통해 고교 내신에 대한 신뢰도를 주면서도 동시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정 위원은 "예를 들어 학생 200명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는 1등급 비율을 4%로 유지하는 한편, 50명 이하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은 1등급 비율을 5~6%까지 늘리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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