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결심 8월말 선고, 법조계도 "재판과 분리, 과오 반성할 기회 줘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병을 두고 재계와 법조계에서 법적 판단과 신병처리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중순 구속된 지 5개월이 넘는다. 재판은 4월 시작된 이후 이번 달 3일까지 50여차례에 걸쳐 공판이 진행됐다. 오는 7일 결심공판과 8월 말 선고를 앞두고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스모킹건(결정적인 증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선이 이 부회장의 신병으로 옮겨지고 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3일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의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신병 구금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의견들이 법조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재판부가 국가적, 경제적 차원을 고려해 재판과 신병 문제를 분리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계는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도 1심 재판부의 이 부회장 선고와 관련해 유무죄의 판단과 신병구금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최종 의사결정을 총수의 판단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의 속성상 이 부회장의 신병을 장기간 구금하는 것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전자업계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악영향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 신문까지 마친 만큼 구속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도주의 우려가 없는 만큼 이 부회장의 신병 구속을 유지하는 대신 재판과 분리해 기업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뇌물공여의 법정형 등을 고려해 이 부회장의 신병을 자유롭게 해 준 뒤 기업경영을 통해 과오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며 "법사회학적 측면서도 바람직하고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추징 등 경제적 형벌을 가중시키는 방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유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총수의 구속을 유지하는 모습이 전 세계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국가적, 경제적 차원에서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지만 신병 구속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새 먹거리를 위해 주요 기술 업체들의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이었지만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전면 보류됐다. 이 중 일부 업체들의 경우 경쟁사들이 M&A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삼성전자의 전 사업영역과 글로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 개발 등 총수의 신속한 결정이 중요한 IT 기업의 특성상 구속 기간이 길어질 경우 국가적,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도 이번 재판과 관련해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위 권력층이 금품을 먼저 요구했다는 점, 기업 입장에서 권력층에 잘못 보이기 싫어 어쩔 수 없이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상참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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