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확정전 1·2심 생중계는 포퓰리즘에 가까워…기업인·글로벌기업 타격 염두해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민진 기자] 1ㆍ2심 주요 재판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개정한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이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1호 생중계 재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선거 공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는 이와 관련, 국민의 알 권리도 존중하지만 기업인과 글로벌 기업이 입을 타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유ㆍ무죄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는 최종심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재계도 동의하지만 유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1ㆍ2심 재판 선고를 생중계한다는 것은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재판의 녹음ㆍ녹화ㆍ중계를 금지하는 현행 규칙을 개정해 이달부터 시행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자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1ㆍ2심 선고 공판의 생중계 허용이 무죄추정 원칙에 반해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대법원은 이미 2013년 3월부터 상고심(3심) 사건 가운데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큰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 변론을 열고 재판 장면을 생중계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재판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선고 공판이다. 방송 생중계 첫 대상으로 '국정농단' 선고 공판이 꼽히고 있는데 '이재용 재판'의 1심 선고가 이달 말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사건의 심리를 끝내는 결심 공판은 오는 7일로 예정돼 있다. 통상 결심 후 선고까지 2~3주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27일 이전 선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의 1심 구속 만기가 27일이라는 점에서 구속 상태에서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재계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되는 국내 주요 기업 입장에선 유죄 여부가 최종적으로 가려지지 않은 1ㆍ2심의 선고 생중계로 글로벌시장에서 문제 있는 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을 희생양으로 삼을 경우 국익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면서 "재판부가 이 같은 재계의 우려를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개정 규칙을 반영해 일선 법원이 재판 생중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세부지침 마련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후속 지침이 완비되는 이달 중순께면 첫 생중계 선고 공판이 결정된다. 생중계 허용 여부는 관할 재판부가 결정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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