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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가 욕먹는 까닭 7가지]③'친일파'가 꼭 필요했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6초

(스포 주의)



#3. '친일파'가 꼭 필요했나

이 영화가 '반일'보다 '반친일'을 부각시킨 것은 정치적인 함의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보수정권이 친일과 절연하기 어려운 역사적 기반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과, 그것을 새로운 정부에서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반일' 영화인 '군함도'에서 슬며시 부전지로 첨부됐다고 보는 것이다. 정권이 뒤집힐 때마다 '과거사 청산'은 익숙한 화두로 떠오르는 경험에 우리 모두는 익숙하다.


과거사 청산은 왜 끊이지 않는 문제가 될까.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나라의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의가 단지 텍스트 속의 이론일 뿐, 교과서 바깥에서 현실화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정의를 권장할 수 없는 '가치체계의 이중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교과서에 기록된 정의가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상을 규명하고 부당 이익이나 권리를 취한 자를 문제 삼고 피해를 본 사람의 현실적인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친일파와 관련한 문제의 핵심이다. 과거사의 가치가 정상적으로 매겨지지 않은 채 매몰되어 있는 이 나라에서 우린 무엇을 위해 살 것이며, 무엇을 지키며 살 것인가. 그것이 공허해지면 삶은 정상적인 지표를 지니기 어렵다.


[영화 '군함도'가 욕먹는 까닭 7가지]③'친일파'가 꼭 필요했나 영화 '색계'(2007)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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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0년 전에 만든 영화 '색계'(2007)는 보기 드물게 친일파에 대한 중국인의 고뇌를 담고 있다. 1942년 일제 감점하의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항일단체는 친일파 처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력의 열세로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끓어오르는 증오를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에게 퍼붓지 못하고 비열한 동족에게 퍼붓는 현상은 중국 또한 다르지 않았다. 왕치아즈는 구약성서의 유디트처럼 나서 친일파 이대장에게 자기의 몸까지 내주며, 중국인들의 증오에 기꺼이 복무한다.


'군함도' 감독은 이런 근원적인 감정을 일제 강점기의 스토리 속에 넣어 깊이를 부여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암살'이나 '밀정'이 지닌 흥행공식을 참조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친일파 소재 자체가 부적절했다기 보다는 그것이 제대로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함으로써 겉절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영화 '군함도'가 욕먹는 까닭 7가지]③'친일파'가 꼭 필요했나 영화 '군함도'의 종구 역을 맡아 열연한 김민재.



노무계원 종구는 많은 역사적 기록이나 스토리 속에서 낯익은 일제 앞잡이로 생계형에 가까운 '저열한 친일만행'을 일삼는 존재다. 그는 아마도 목욕탕 결투에서 경성 깡패 최칠성(소지섭)에게 나가떨어지는 순간, 그 배역의 핵심을 다 했을 것이다.


윤학철은 군함도의 조선인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신적 리더'로 행세하고 있지만, 그 실상은 일본과 결탁해 노동자 착취와 부당한 관리를 일삼는 인물이다. 이 지식인 리더의 이중성을 영화가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조선노동자들에 대한 학대가 '일본'에게서 직접 나온 것이 아니라 이 친일파의 계략과 술수에서 나온 것으로 읽히게 된다. 윤학철에 대한 공분은, 이 영화를 격렬한 '반친일파' 영화로 변형시켜놓은 셈이다.


굳이 군함도 속에 '역사적 증거기록'도 없는 친일파 스토리를 이토록 비중 있게 넣었어야 했을까. 이것이 순수한 창작 의지에서만 생겨난 것일까. 아니면, 여러 가지를 고려한 '다탄두'의 모티프였을까. 종구는 목을 꺾어 죽이고 학철은 군중 앞에서 칼로 베임을 당하는, '친일에 대한 살벌한 단죄' 또한 대중적인 기분에 편승하는 영화적 장치였을 것이다.


류감독은 이 문제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친일에 편승해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친일파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친일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그려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친일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병이 난 걸 알아야,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낫지 않습니까. 일재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으로 만든 부분이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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